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01.02 19:16 수정 : 2013.01.02 19:16

국회가 342조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의원들의 각종 지역구 민원사업 예산인 이른바 ‘쪽지예산’을 대거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쪽지예산은 여야 실세나 예결위 의원들 지역에 집중됐는데, 이 과정에서 취약계층을 위한 상당수 ‘민생예산’이 뒷전으로 밀렸다.

애초 이번 예산심의 과정에서는 여야가 복지예산을 크게 늘리기로 한 터여서 지역구 사업 예산은 크게 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지역 민원성 사회간접자본 예산은 정부안보다 무려 3710억원이 늘었다. 여기에 지역의 각종 민원·문화사업 등의 예산을 합하면 의원들이 챙긴 쪽지예산 규모는 대략 500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늘어난 쪽지예산 규모는 국방예산 삭감액(2898억원), 저소득층 의료급여예산 삭감액(2824억원) 등을 훨씬 웃돈다. 보육원 등 아동양육시설의 한 끼 급식비를 현행 1420원에서 1520원으로 고작 100원 올린 것은 소외계층 지원 예산이 쪽지예산에 밀린 대표적인 경우다. 보건복지부가 권고한 저소득 아동 한 끼 급식비는 3500원이다.

지역구 예산을 챙긴 실세들을 보면, 새누리당의 황우여 대표(인천 연수), 이한구 원내대표(대수 수성갑), 서병수 사무총장(부산 해운대 기장갑), 장윤석 예결위원장(경북 영주), 민주통합당의 박지원 전 원내대표(전남 목포), 박기춘 원내대표(경기 남양주을), 최재성 예결위 간사(경기 남양주갑) 등이 망라돼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이한구 원내대표는 어제 “여야 지도부하고 연결해서 지도부 지역에서 생긴 예산은 다 거기서 뭐 해먹은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변하기까지 했다.

예산심의 과정에서 의원들이 예결위원들에게 특정 사업과 관련된 예산을 올려달라는 ‘민원’을 쪽지에 써서 전달하는 관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는 예산심의가 비공개로, 회의록도 작성하지 않은 채 몇몇 의원들에 의해 막판에 압축적으로 진행되는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예산심의에서도 계수조정소위 위원들과 정부 인사들이 국회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비밀리에 심의를 했다고 한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비합리적인 쪽지예산 관행을 없애려면 예결위를 연중 상설화하고 예산 편성 하나하나를 투명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 예산심의 과정이 공개되지 않은 채 막판에 얼렁뚱땅 해치우는 식이면 아수라장을 피할 수 없다. 언론 등이 뒤늦게 떠들어도 그때뿐이다. 여야가 새 정치를 약속한 이상 예산심의의 투명화·합리화 문제도 정치쇄신 목록에 넣어 개선책을 폭넓게 모색해야 할 것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