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11 20:00
수정 : 2005.08.11 20:00
사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8월 콜금리 목표도 연 3.25%에서 동결하는 결정을 내렸다. 저금리가 경기에 별 도움은 주지 못하면서 부동산 거품만 키웠다는 지적에도 9개월째 ‘부작위’로 일관하고 있다. 금리를 좀 올려 시장에 ‘신호’를 보낼 좋은 기회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미국의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한-미 사이에 정책금리가 역전됐고, 시중 실세금리도 최근 오름세를 타 콜금리 인상이 자연스러울 수 있었다. 박승 한은 총재가 금리 인상이 머지 않았음을 내비치는 말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런 뉘앙스의 발언은 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박 총재의 말엔 시장도 내성이 커진 상태다.
걱정스러운 건, 미적대다가 나라 안팎의 상황에 떠밀려 뒤늦게 인상에 나서면 그만큼 금리조정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경기에 끼칠 영향이 더 클 터이고 합리적 수준의 금리조정도 어려워진다. 금통위 회의에 맞춰 한은 집행부가 낸 ‘국내외 경제동향’ 자료를 봐도 금통위 결정에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이 자료는 ‘하반기에는 경기 회복세가 점차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는 데 모두 공감하면서도 주저했던 건 경기 탓이었다. 이런 인식이라면 금리정책이 효과를 내기까지 걸리는 시차나, 선제적 통화정책의 필요성에 비추어 금리를 올려야 앞뒤가 맞는다.
아무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듯한 금통위의 자세도 마땅찮다. 저금리가 부동산 거품의 한 원인임을 시인하면서도 거품잡는 책임은 정부 부동산 대책으로만 떠넘기고 있다. 그러나 저금리 자금이 넘치는 상태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불안 기류가 온전히 가라앉을 수 없다. 금통위도 책임의 중심에 있음을 통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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