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11 20:00
수정 : 2005.10.25 16:32
사설
정부가 기어이 긴급조정권을 발동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의 모든 쟁의행위는 30일 동안 금지됐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은 ‘유감’을 표명했지만, 그렇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노조 파업을 무력화하는 긴급조정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에 대한 제한이기에 ‘극약처방’으로 불려왔다. 13년 만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한 노동부는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한 항공기 특성상 긴급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가 내세운 긴급조정의 명분은 다름아닌 조종사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가장 큰 이유였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종사들의 피로누적으로 안전운항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노조의 주장을 사용자 쪽이 일축한 게 파업돌입의 결정적 계기였다. 더구나 사쪽은 파업기간에도 정부의 강경기류를 믿고 협상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가 긴급조정을 결정한 뒤 노조가 마지막 교섭에서 대부분의 요구사항을 양보했는데도 결국 교섭은 결렬됐다.
극약처방밖에 내놓지 못하는 노동행정은 전면 불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노사 자율타결을 위해 중재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은 채 손쉬운 초강경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평소 김 장관을 두둔해온 이목희 열린우리당 제5정조위원장조차 사쪽의 성의 없는 교섭태도를 꼬집으며 정부가 좀더 일찍 중재에 나서야 했다고 주장했다.
긴급조정 뒤 조종사들이 업무복귀를 결정하고 민주노총의 연대파업 대오가 갖춰지지 않은 점을 들어 노동부의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근시안적 사고다.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민주노총은 물론이고 한국노총까지 참여정부에 대한 투쟁 결의를 높이고 있다. 노사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 책임은 우선적으로 정부에 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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