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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방예산 삭감 비판은 민의에 대한 도전 |
이 정도면 ‘막가자는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조직적 반발이다. 그제 청와대 안보 관련 고위 관계자와 김관진 국방장관이 포문을 열더니, 어제는 노대래 방위사업청장까지 나서 국회의 국방예산 삭감을 비난했다. 모두 “복지를 위해 안보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청와대 관계자는 ‘택시법’ 처리까지 들먹이며 택시업계에 지원할 돈의 반(1조원) 정도면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국방장관도 “안보예산을 깎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쉬움이 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노 방사청장은 한술 더 떠 “국가안보가 중요하다는 말만으로 그리고 안보현장을 방문하는 것만으로 안보가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누가 봐도 명백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공격이다.
반공·냉전·극우세력을 대변하는 이들의 논리는 전제부터 잘못됐다. 이들은 복지와 안보를 대립하는 것으로 본다. 복지가 없이는 안보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외면한다. 지금같이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가 심한 사회에서는 공동체 의식이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사는 공동체가 지킬 만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해지면 아무리 첨단무기를 들여와도 소용없다. 이번 대선에서 여야 후보가 이구동성으로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강조한 것은 해체 직전의 공동체를 복원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국회에서 상징적인 수준에서나마 국방예산을 삭감하고 복지예산을 증액한 것은 한마디로 민의의 반영이다. 이에 대한 비판이나 공격은 민의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삭감한 액수도 그리 많지 않다. 국방예산은 사업 예측의 미비 등으로 한 해에 보통 5000억~6000억원씩 이월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삭감된 방위력 개선 예산은 그보다도 적은 4009억원에 불과하다. 감축 예산 중에 차기전투기 도입,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 사업 등 현대전에서 점차 비중이 커지는 공군 관련 사업이 집중 포함된 것은 유감이지만, 불요불급한 것이 대부분이다.
택시법 운운하며 장사정포 예산이 날아간 것처럼 하는 것은 택시법에 비판적인 여론에 편승한 선동이다. 장사정포 위협이 제기된 것은 1970년대부터다. 국방당국이 그동안 무슨 대비를 했기에 지금 이런 말을 하는지 궁금하다.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라면 우선순위를 바꿔서라도 포함했어야 마땅하다.
국방예산은 성역이 아니다. 지금은 오히려 안보를 위해서라도 복지를 강화할 때다. 군 당국은 국방예산 감축을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들이 국민의 혈세를 제대로 쓰고 있는지부터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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