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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 ‘특혜 누리기’로 희희낙락할 땐가 |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은 국회의원들의 특권 내려놓기 공약을 경쟁적으로 토해냈다. 하지만 그것은 말뿐이었다. 진심과 실행 의지가 담기지 않은 선거용 겉치레였다. 국회의원들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 특권·특혜 누리기는 하나도 변한 게 없다.
국회는 올해 예산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 연금 관련 예산 128억원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의원연금은 전직 의원 모임인 헌정회가 만 65살 이상 회원들에게 매달 120만원씩 지급하는 노후지원금이다. 의원연금은 지난해 한 여론조사에서 ‘우선적으로 제한해야 할 특권 제1호’로 꼽힐 정도로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돼왔다. 이런 여론을 의식해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19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의원연금 개혁 방침을 밝혔고, 민주당 역시 안철수 전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새정치 공동선언’에 연금 폐지를 명시했다. 하지만 이런 약속은 모두 빈말이 돼버렸다.
여야는 ‘헌정회 육성법’의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예산 삭감이 어려웠다고 말하지만 구차한 변명이다. ‘국가가 헌정회에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헌정회 육성법 조항은 강제규정이 아니라 임의규정이다. 여야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의원연금을 폐지할 수 있었다.
국회의원들의 특혜 누리기는 이뿐이 아니다. 국회 예결위 소속 여야 의원 9명은 새해 예산안 처리가 끝나자마자 중남미와 아프리카로 단체 외유를 떠났다고 한다. ‘예산심사 시스템 연구’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중남미와 아프리카에 가서 ‘선진 예산심사 시스템’을 연구하겠다는 것부터 난센스다. 연구는 뒷전이고, 관광과 골프 등으로 즐기다 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동안의 예를 보면 국회가 잠시 쉬는 1월에는 국회의원들이 무더기로 국외로 빠져나가 여의도가 텅텅 빌 지경이었다. 입법 활동과 정책 수립 등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국외 시찰은 가뭄에 콩 나듯 드물고 대부분 외유성 나들이다. 국외 시찰 계획과 성과를 떳떳이 밝히기보다는 모두 쉬쉬하기 바쁜 것부터가 바깥나들이의 구린 구석을 잘 보여준다. 아마 올해에도 이런 현상은 어김없이 이어질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변하지 않는 기득권 지키기는 참으로 역겹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행태는 더욱 실망스럽다. 정권교체를 염원했던 많은 사람이 대선 패배 이후 깊은 좌절과 절망의 나락에 빠져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섶에 누워 쓸개를 핥으며 지내도 시원치 않을 형편이다. 그런데도 새누리당과 짝짜꿍이 돼 자신들의 특권이나 챙기고 속없이 희희낙락하고 있으니 참으로 참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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