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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생 뒷전인 성남시·시의회의 진흙탕 싸움 |
경기 성남시와 시의회가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까지 빚으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민주통합당 출신 시장과 시의회 다수당인 새누리당 쪽이 사사건건 대립하면서 주민 불편만 가중되는 형국이다.
성남시의회는 지난해 12월31일 새해 예산안을 의결할 예정이었지만,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성남시의회 34석 가운데 18석을 차지한 새누리당 시의원들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 등 성남시가 요구하는 주요 안건 처리를 반대하기로 했지만, 본회의가 열릴 경우 안건이 통과될 것을 우려해 등원을 거부한 탓이다.
성남시는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하자 법정경비만 집행하는 준예산을 편성했는데, 각종 민생예산이 집행되지 않아 주민 불편이 늘고 있다. 동 주민센터 강좌, 경로당 운영비 지원, 지역아동센터 운영비 지원 등이 중단됐다. 공공근로를 하는 893명이 일손을 놓았고, 행정기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려던 대학생 200명의 일자리도 없어졌다. 지방자치단체의 힘겨루기에 애꿎은 주민들만 새우 등 터지는 꼴이 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장과 시의회는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다수당의 보이콧으로 행정 마비와 시민 피해를 가져온 것은 직무유기로 (새누리당 의원들을) 구속해야 한다”고 시의원들을 거칠게 비난했고, 새누리당 시의원들은 “이번 사태는 민주당이 합의를 깨 빚어진 것”이라며 ‘파렴치한 저질 선동정치’ 등의 원색적인 표현으로 이 시장을 공격했다.
성남시와 시의회의 대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 잘잘못을 따질 것도 없다. 양쪽은 하루라도 빨리 지금과 같은 비정상적 상황을 끝내도록 해야 한다. 시장과 시의회는 첨예한 문제는 일단 뒤로 미루고 우선 새해 예산을 통과시켜 주민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정당정치의 틈바구니에 갇혀 옥신각신 다투는 일로 날을 새우는 것은 볼썽사납다. 정당 사이의 의견이 아무리 달라도, 지역 주민들의 복리 증진을 위해 타협할 땐 타협할 줄 알아야 한다. 주민들은 안중에도 없이 밥그릇 싸움이나 일삼는 지역 정치인들은 선거 때 꼭 표로 심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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