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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 잘못하고도 뻔뻔하게 자찬하다니 |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국민은 참 힘들었다. 양극화로 서민 생활의 고통이 가중되고 한반도는 냉전시대로 복귀하는 멍에를 쓰게 됐다. 국정운영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부정적 평가가 압도적으로 나오는 데서도 확인된다. 지난 대선에서 여당 후보조차 민생에 실패한 정권이라며 대놓고 차별화를 했다. 부패·비리도 역대 정부에 비해 뒤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 바닥을 드러낸 점도 뼈아프다.
청와대가 어제 이명박 정부의 국정 성과 자료집을 내 경제, 복지, 외교·안보 등 분야별로 자찬 일색의 성과를 나열했다고 한다. 국정 실패의 책임을 겸허히 반성하고 용서를 구해도 모자랄 판에 끝까지 오만과 불통의 자세를 보인 데 대해 분노와 함께 허탈감이 든다.
가장 큰 성과로 경제분야에서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개선된 소득분배 지표를 새 정부에 넘기게 된 점을 꼽았다고 한다. 2012년 11월 한국갤럽의 역대 대통령 5년차 3분기 평가에서 김대중 28%, 노무현 27%, 이명박 23%의 지지율로 조사됐고, 이명박 정부의 잘못한 분야로 경제를 앞서 꼽았는데 딴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대통령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에서 소득분배 지표가 악화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온갖 무리수를 두어가며 경기를 부양하고 양극화 심화를 무릅쓰고 성장에 주력했는데도 집권 기간 경제성장률은 5년 평균 2.9%로 낙제점에 머물렀다. 실패한 정권이라고 규정한 참여정부 때의 연평균 성장률 4.3%에 훨씬 못미친다.
양극화가 극심해졌는데 친서민 복지 확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전통시장 소상공인 지원 확대를 치적으로 내세운 것도 낯두껍다.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등장한 것이 이명박 정부에서 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중소상공인들이 설 땅을 잃었기 때문이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4년 평균 3.5%로 참여정부 때의 2.9%보다 높아 가계의 실질소득은 저하됐다. 덕분에 가계 빚은 크게 늘고 전셋값 상승으로 집 없는 사람들의 고통은 더욱 심해졌다.
북한붕괴론에 사로잡혀 시간이 우리 편이라던 이명박 정부 집권 기간 남북관계는 단절과 갈등 심화라는 후퇴를 경험했다. 북핵 협상의 동력이 사라졌고 6자회담도 아스라한 과거가 된 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향상됐다. 그런데도 원칙에 기반한 대북 접근으로 북한이 개방노선을 따르지 않을 수 없게끔 변화를 유도했으며 상호주의에 기초한 올바른 남북관계로 전환됐다고 강변한다. 한반도의 시계를 시대착오적인 세월로 되돌려놓고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기만에 대한 단죄는 실패보다 더 엄중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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