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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1.07 19:15 수정 : 2013.01.08 11:23

배우 김여진씨가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방송사 2곳으로부터 출연금지를 당했다고 한다. 개그우먼 김미화씨의 한국방송 ‘블랙리스트’(출연금지자 명단) 파문이나 문화방송의 ‘소셜테이너 금지법’을 떠올리게 하는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민주주의의 척도로 불리는 언론이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이 정도 수준에 불과한지 자괴감마저 든다.

김씨가 트위터 등을 통해 전한 출연금지 과정은 매우 구체적이다. 작가와 피디가 섭외를 해 출연을 약속했는데 다시 연락이 와 “윗선에서 안 된다”며 번복했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까진 “정치적 색깔이 너무 짙어서 윗선에서 곤란해한다”는 정도로 설명해왔으나, 이번엔 “윗선에서 문재인 캠프에 연관된 분은 안 된다고 한다”고 콕 집어 밝혔다고 한다. 방송사 수뇌부가 텔레비전에서 문 후보 찬조연설 등을 한 김씨의 경력을 문제삼아 기피인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방송사의 이런 결정은 언론의 본분을 스스로 송두리째 부정하는 행위다. 방송사는 공공의 자산인 전파를 이용하는 탓에 공론의 장으로 기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치·사회·경제 등 여러 영역의 찬반 의사를 자유롭게 소통시키고, 이를 통해 민주주의 신장에 기여해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아래서 이런 기본원칙은 휴짓조각이 됐다. 방송사 수뇌부는 기득권을 지키려고 정치권력의 ‘나팔수’ 노릇을 마다하지 않았고, 여권과 생각이 다른 목소리는 후안무치하게 적극적으로 배제했다. 이를 위해 동원한 수단으로 논란을 빚은 것이 김미화씨가 주장한 블랙리스트다. 소셜테이너(사회적 발언을 하는 연예인)의 고정출연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문화방송의 ‘고정출연 제한 심의규정’도 마찬가지다. 이런 터무니없는 기준 아래서 김여진·김미화씨와 방송인 김제동씨, 가수 윤도현씨 등 많은 연예인들이 각종 프로그램에서 중도하차당했다.

이번 출연금지 사태의 진상을 밝혀내 방송계에 블랙리스트라는 낡은 망령이 나돌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방송사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이 급선무이겠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방송의 공영성과 공정성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밝히는 것 또한 필요하다. 방송사가 새 정부의 의중을 지레짐작하고 ‘알아서 기는’ 차원에서 출연금지를 결정했어도 국민들은 새 정부의 언론관을 의심하며 추이를 지켜볼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방송사가 정치색을 이유로 연예인 출연을 제한하는 것은 박 당선인이 강조하는 국민대통합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 아닌가.

[관련 영상] ‘독선·예스맨 스타일’…박근혜 인사 걱정스럽다 (한겨레캐스트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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