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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차분히 일하되 국민과 함께 가는 인수위 돼야 |
박근혜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어제 당선인 주재 첫 전체회의를 열고 업무에 본격 착수했다. 인수위 활동 기간은 대통령 취임 전날인 2월24일까지 50일에 불과하다. 욕심내지 않고 정권 인수인계 업무에만 전념해도 충분치 않은 시간이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는 새 정책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에서 어느 것을 고치고 이어갈지 중·장·단기 로드맵을 잘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설익은 정책들이 나와 신뢰를 잃은 경우가 많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신경 써 달라”고도 했다. 요란하지 않게 새 정부에서 추진할 과제들의 로드맵을 짜 달라는 주문이다.
박 당선인의 이런 의중은 과거 인수위 사례에 대한 반성적 평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어륀지 정권’이란 말로 놀림감이 되어버린 이명박 정권 인수위는 호들갑만 떨다 제대로 내놓은 것 없이 끝났고, 노무현 정권 인수위 역시 로드맵 하나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정권 초기까지 각종 과제의 로드맵을 짠다며 허송세월했다. 이제 인수위도 몇 차례 경험이 쌓인 만큼 실속있게 일할 수 있는 시절이 됐다.
박 당선인이 로드맵 작성을 강조했지만, 정권 일이라는 게 대체로 로드맵대로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욕심을 내어 온갖 일의 로드맵을 만드는 것은 시간 낭비일 수 있다. 일의 우선순위는 이미 선거 과정을 통해 국민에게 낱낱이 공약한 만큼, 그 핵심 과제들을 몇 가지 추려서 정교하게 밀어붙일 인사와 정책을 가다듬으면 될 일이다. 인수위 단계부터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박 당선인의 인수위가 조용히 일을 추진하는 것은 좋지만 이 과정에서 내부 토론이나 외부 쓴소리가 소통할 통로까지 막아서는 곤란하다. 박 당선인은 이미 몇몇 인사에서 여론과 유리된 채 ‘유아독존’식으로 일방통행했다. 인수위도 이런 식이라면 자칫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정권 초기 매우 민감한 시기에 야당을 상대로 “반대를 위한 반대는 유감”이라는 등의 막말을 이어가는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미꾸라지 한 마리가 전체 물을 흐리는 격이다. 박 당선인이 야당이 참여하는 국가지도자 연석회의를 출범시키겠다는 뜻을 밝히는 마당에 인수위 대변인은 야당을 공격하는 것이 정상은 아니다. 야당을 공격하는 게 박 당선인 뜻이 아니라면 윤 대변인부터 교체하는 것이 인수위의 순탄한 운행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박 당선인은 정권 인수인계 업무를 차분히 실속있게 추진하되 국민과 함께 가는 인수위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한시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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