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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뻔뻔한 ‘형님 특사’ 박 당선인이 중단시켜야 |
이명박 대통령이 다가오는 설을 전후해 임기 중 마지막 사면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여기에는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과 ‘멘토’ 최시중씨, 측근 천신일씨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은 어제 측근 사면 문제에 대해 “누군 되고, 안 되고 하는 단계가 아니다”라면서도 부인하지는 않았다. 청와대가 대놓고 여론 떠보기에 나선 셈이다. 그 뻔뻔함에 아연할 따름이다.
대통령이 자기 임기 중에 수감중인 혈육이나 측근들을 자기 손으로 직접 사면한 경우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그것도 정치적 범죄가 아니라 뇌물 등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인데다 형기의 절반도 채우지 않은 인사들이다. 형평성에 대한 최소한의 고려조차 하지 않은 채 ‘형님 특사’ ‘측근 특사’를 강행한다면 이 대통령은 국민적 저항과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상득 전 의원은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7억여원의 돈을 받은 혐의(알선수재 등)로 구속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라, 사면을 받으려면 1심 선고 뒤 항소를 포기해야 한다. 이에 앞서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와 관련해 8억원을 받은 혐의로 1·2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은 최시중씨나 알선수재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천신일씨 모두 지난해 11월 상고를 포기했다. 이미 당시부터 특사를 염두에 둔 조처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대통령은 용산참사와 관련해 징역 4~5년을 선고받고 만 3년을 복역중인 철거민들이나 정치적 주장을 펴다 실형 1년을 꼬박 살고 나온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에 대한 각계의 사면청원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래 놓고 자기 측근들을 풀어준다는 건 사면권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은 물론 인간적 도덕적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죄악이다. 스스로 “제 임기 중에 일어난 사회지도층의 권력형 부정과 불법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차례 밝힌 대로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입니다”(2009.6.29 라디오 연설)라는 등 여러차례 약속한 것을 뒤집는 일이기도 하다.
법치를 강조해온 박근혜 당선인 역시 지난해 7월 출마선언 당시 사면권 남용에 대해 “선진국 가는 데 있어선 안 된다”고 밝히고,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를 막기 위해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하겠다는 공약까지 내놓은 바 있다. 임기 시작 전이란 이유로 수수방관하는 건 당선인의 도리가 아니다. 박 당선인과 인수위는 법치 약속을 지킬 의지가 있다면 이 대통령의 부도덕한 측근 사면 시도에 대해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혀 중단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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