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박 당선인 측근의 부적절한 축구협회장 출마 |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축구계가 뒤숭숭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인 윤상현 의원이 갑자기 축구협회장 출마를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행동이 아니겠느냐’는 얘기부터, 어렵사리 축구인 손에 넘어온 축구협회를 다시 정치인이 좌지우지하려고 한다는 불만이 분출하고 있다고 한다.
축구협회는 28일 대의원 총회를 열어 2016년까지 4년 동안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갈 회장을 뽑는다. 임기 중에 2014 브라질월드컵 예선과 본선이 포함되어 있어 축구계로선 매우 중요한 선거다. 이번 선거에는 윤 의원을 비롯해 축구협회 회장 선거 사상 가장 많은 5명이 출마를 선언했다. 그런데 윤 의원을 빼고는 모두 축구인이다. 김석한 전 중등연맹 회장, 안종복 남북체육교류협회장, 정몽규 전 프로연맹 총재,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축구인이다. 김 전 회장과 정 전 총재는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각각 중등연맹회장과 프로축구 구단 울산 현대, 전북 현대,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를 맡으며 20여년간 축구 발전에 공헌해왔다.
반면, 윤 의원은 지역구 활동에 도움이 되는 국민생활체육 인천시 축구연합회장이란 것 외에 축구와 특별한 인연이 없다. 축구계에서도 “축구 발전에 기여한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뚱딴지같이 갑자기 회장을 하겠다는 것이냐”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형식적으로야 축구와 큰 인연이 없는 사람도, 국회의원도 회장에 출마하지 말란 법은 없다. 공약을 내걸고 16명의 시·도 협회 회장과 8개 연맹 회장으로 구성되는 24명의 대의원 총회에서 과반수를 얻으면 회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윤 의원의 출마는 두 가지 점에서 매우 부적절하다. 하나는 그가 대선 과정에서 박 당선인의 수행단장을 지낸 측근이란 점을 이용한 구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장 출마에 필요한 3명의 대의원 추천을 얻기 위해 시장이나 공기업 임원을 통해 대의원들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박 당선인을 이용한 전형적인 ‘호가호위’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는 윤 의원의 출마는 자칫 정몽준 회장이 퇴진한 이래 어렵게 축구인의 손으로 넘어온 축구협회 운영을 다시 정치에 종속시키는 ‘시대 역행’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윤 의원의 회장 출마는 구태 선거운동이 아니더라도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자마자 그의 측근이 축구협회까지 통째로 접수하려고 한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 박 당선인이 이런 일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