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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초연금 재원은 재정으로 충당해야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쪽이 어제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화하고 이를 국민연금과 통합운영한다는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현행 기초노령연금을 국민연금의 틀에 포함시켜 65살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박 당선인의 핵심 공약이다. 하지만 통합운영 개념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고 재원 조달 방안도 불분명한 상태다. 그런 가운데 국민연금 재정을 활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재원 부담을 국민연금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2008년부터 65살 이상 노인 하위 70%에게 지급해온 기초노령연금은 2011년 기준으로 단독가구 월 9만여원, 부부가구 15만여원에 불과해 탈빈곤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연금제도가 자리잡기 전에 고령화가 진행돼 노인 빈곤율이 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가장 높고 자살률도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본인의 보험료 기여 내역에 관계없이 모든 노인에게 일정액의 연금을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은 노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꼭 필요하고 효과적인 대안이다. 문제는 연금액을 두 배로 늘리고 수혜자를 65살 이상 전부로 확대할 경우 들어가는 예산은 10조원이 넘는다는 데 있다. 현재 연간 4조원 정도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게 불가피하다.
기초노령연금은 재원의 출처가 평소 자신이 낸 사회보험료가 아니라 현 세대 소득자들이 낸 세금이라는 점에서 국민연금과 다르다. 하지만 이것이 노인들의 생계를 위한 노후소득의 원천이라는 점에서는 국민연금과 동일하다. 둘 다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점을 고려해 기초노령연금을 기존의 국민연금과 하나로 묶는 방안을 고려할 수는 있다. 그러나 두 연금의 통합운영은 복지체계를 정비하고 전달체계를 효율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지 국민연금을 봉으로 삼는 방향으로 나가선 안 된다. 통합운영이 국민연금 가입자의 손실을 전제하거나 이제 겨우 정착단계에 이른 국민연금 자체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 통합운영 논의가 기초노령연금 도입을 지연시키는 회피수단이 될까봐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비슷한 약속을 해놓고는 마치 국민연금 재정을 활용하지 못해 재원 마련이 어려운 것처럼 흐지부지 만든 전례가 있고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도 이에 동조한 바 있기 때문이다.
기초연금은 국가의 기본 복지정책으로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이는 어렵더라도 세입과 세출에 연동되는 정부 재정으로 하는 것이 원칙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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