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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대석 인수위원 사퇴 이유 계속 덮을 텐가 |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위 최대석 위원의 갑작스러운 사퇴를 놓고 온갖 추측과 분석이 난무하고 있다. 그런데도 인수위 쪽은 “일신상의 이유”라는 발표 말고는 일절 다른 설명을 거부하고 있다. 배경 설명은커녕 아예 ‘알려고 하지도 말라’는 식이다.
최 위원의 전격적인 사퇴는 거의 미스터리 수준이다. 한시적으로 활동하는 인수위 핵심 멤버가 도중하차하는 경우는 무척 드문 일이다. 검증에서 뒤늦게 개인적 흠이 드러났다고 해도 나중에 내각이나 청와대 인사에서 배제하면 그만이다. 대북 대응 기조를 둘러싼 내부 갈등설, 음해성 투서 접수설 등도 나오지만 어느 것 하나 앞뒤가 맞는 게 없다. 최 위원이 물러나기 직전까지도 의욕에 넘쳐 있었다는 점에서 ‘경질’이라는 점만 분명할 뿐 나머지는 모두 베일에 싸여 있다.
사퇴 배경을 둘러싼 관측 중 그나마 그럴듯한 것은 언론보도 유출설이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이 국가안보실로 통합된다는 언론보도의 진원지로 최 위원이 지목됐다는 이야기다. 최 위원이 사퇴하면서 “내가 뭘 잘못한 것은 아니고 그냥 내가 책임지기로 했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이런 분석은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사퇴의 진짜 원인이 그것이라면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정도 일로 인수위 핵심 멤버를 즉각 경질하는 것도 비상식적인데다, 설사 그것이 경질 사유라면 떳떳이 ‘보안규정 위반’이라고 밝히면 될 일을 굳이 감추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 같은 문제점투성이 인사도 계속 데리고 쓰는 마당에 이렇게 물의를 빚으면서까지 사퇴시킨 죄가 도대체 무엇이냐는 냉소도 나온다.
이번 사태는 그동안 박 당선인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밀실인사, 소통 부재, 비밀주의 등의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사람을 기용할 때나 경질할 때는 뭔가 설명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이것은 결코 ‘내가 내 마음대로 사람 쓰는데 남들이 웬 참견이냐’고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지금 모습을 보면 딱 그런 식이다. 언론에 어렴풋이 방향만이라도 알려줘도 될 사안까지도 비밀 보따리에 꽁꽁 싸매다 보니 문제가 더욱 커지고 있다.
불투명한 인사는 불신을 조장한다. 장막 뒤에 가려진 ‘진짜 이유’를 알고 싶어하는 대중의 호기심은 불필요한 소문과 유언비어를 양산한다. 박 당선인은 언제까지 최 위원의 사퇴 이유를 덮고 갈 셈인가. 보안만을 강조하는 인수위 운영 방식부터 시작해 언론관, 인사스타일 등에 총체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더는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
[관련 영상] ‘조용한 인수위’ 겸손인가, 불통인가? (한겨레캐스트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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