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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3 07:46 수정 : 2005.08.16 13:31

정부가 어제 불법 정치자금 모금에 연루된 정치인들까지 대거 포함시킨 대규모 사면을 강행했다. 그동안 법조계는 물론, 학계·시민단체들은 그 어느때보다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 자제를 간곡히 요청했다. 생계형 범죄자나 양심수들은 모르지만 비리 정치인들을 절대 사면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줄을 이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욕할테면 하라. 나는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오만함이 느껴진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부패정치 청산과 제왕적 대통령제의 탈피를 가장 중요한 임무로 내걸었다. 이번 사면은 이 두 가지 명제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부정·비리에 연루된 정치인들이 형기도 다 채우지 않고 줄줄이 사면·복권되는 마당에 무슨 부정부패 청산이고 선거문화 개혁인가. 이들은 복권됐으니 곧바로 정치를 재개해 머잖은 장래에 다시 국민을 호령하는 위치에 오를 것이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던 국민들만 초라하게 된 셈이다.

노 대통령은 대선 전 공약에서 사면·복권을 엄격히 행사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역대 대통령들의 사면권 남용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 채 제왕적 특권의 표상이라 할 사면권을 오히려 남용하고 있다. 비록 이번에는 체면 때문에 안희정·최도술씨 등 측근들을 사면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다음에는 측근들이 사면될 차례라는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이번 사면조처는 사면권 남용을 법으로 막지 않고 대통령의 개인적 의지에만 기대는 게 얼마나 허망한지를 보여준다. 국민의 뜻을 어기고 정치적 목적으로 이뤄지는 무분별한 사면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한시바삐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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