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13 07:48
수정 : 2005.08.16 13:31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 미군 국제폭격장에 걸렸던 황색 깃발이 내려졌다. 1951년부터 어제 낮 12시까지, 미국 공군의 폭격을 경고하며 걸려 있던 깃발이다. 이제 그 자리엔 하늘색 평화의 깃발이 걸렸다.
매향리 황색 깃발은 불행하게도 우리의 불완전한 독립과 평화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51년 미국 공군은 아무런 사전 통보도 없이 매향리 앞바다의 구비섬을 폭격 연습장으로 삼았다. 이 섬이 폭격으로 사라지자 부근 농섬을 징발했다. 68년엔 매향리 마을 한 가운데 농토 38만여 평을 다시 징발해 육상 사격장으로 삼았다. 불평등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소파)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
그후 매향리에선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수백 차례씩 미군 전투기의 폭격 및 기총사격 훈련이 벌어졌다. 격주로 밤 11시까지 야간 폭격훈련도 있었다. 주한 미군뿐만 아니라 일본·필리핀·타이·괌 등지의 미공군 폭격기까지 날아왔다. 매향리엔 평화가 없었고, 주권이 없었다.
이런 매향리에 평화의 깃발이 걸리게 된 것은 주민과 시민사회의 승리였다. 반전·평화에 대한 염원이 이뤄낸 하나의 ‘작은 광복’이었다. 강제 징발당했던 38만 평의 땅을 38년 만에 돌려받아 평화공원과 평화박물관, 생태체험 시설 등이 들어서는 평화마을을 조성하기로 한 것은 이런 염원의 연장선에 있다.
주민들은 국가로부터 받은 피해 배상금 81억원 가운데 20억원을 평화마을 조성비로 내놓기로 했다. 평생 당해온 고통의 대가를 선뜻 내놓는 정성이 눈물겹다. 그러나 사업비는 모두 1천억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매향리 점령군’의 눈치를 보며 애를 태웠을 정부로서는 그나마 명예를 회복할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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