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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1.24 08:29 수정 : 2013.01.24 08:29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신한은행장과 지주 회장 재직 때 23명의 이름으로 수백억원대의 차명계좌를 운용했다고 한다. 신한은행 내부 자료로 드러난 비자금 운용 실태는 충격적이다. 예금뿐 아니라 증권계좌로 은행돈을 빌려 자사주를 매매하는가 하면 우회증여까지 했다고 한다. 은행의 최고경영자가 금융실명제법 위반에 더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불법·탈법적 자금거래를 버젓이 해왔다는 게 놀랍다.

라 전 회장의 비자금 의혹은 그동안 몇 차례 불거졌으나 제대로 해소되지 못했다. 2009년 타인 명의 계좌에서 50억원을 인출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검찰은 내사종결했다.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한테 은행장 취임 축하금으로 받은 30억원을 불려 골프장 투자용으로 줬다는 라 전 회장의 해명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후 라 전 회장이 실명제를 위반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자, 2010년 금융당국은 재일동포 주주 4명의 차명예금을 찾아냈다며 실명제법 위반으로 4개월 업무정지 조처를 내렸다.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 보유 실태를 보면, 당시 검찰 수사나 감독당국의 조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되짚지 않을 수 없다. 라 전 회장 쪽은 금융감독원이 차명계좌 현장조사에 나서자 1주일 만에 당시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을 고소했다. 신 사장에 대한 혐의가 대부분 무죄 판결이 난 걸로 봐서 금융당국의 칼끝을 흐리려는 기획고소였다는 의혹이 신빙성을 더한다. 당시 은행 쪽의 로비를 위한 정관계 인사 명단에는 이상득 전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들어 있었다. 요컨대 전방위 로비와 은행 내부의 공모로 차명계좌의 실태를 덮었으며, 사정당국은 라 전 회장을 비호했다는 의혹을 살 만하다.

이번에 드러난 차명계좌는 2010년에 적발된 것보다 규모는 훨씬 크고 수법도 다양하다. 차명예금에서 빼낸 돈으로 다른 차명증권계좌를 통해 신한지주 주식 4만주를 매입한 다음, 다시 다른 증권계좌로 주식을 옮겨 2년여 만에 약 12억원 평가이익을 얻은 사례도 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명의로 돈을 빌리고 차명계좌로 상환하는 방식으로 세 아들에게 건네진 돈이 수십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우회증여 방식이다.

은행 최고경영자가 금융거래 질서를 떠받치는 기둥과 같은 실명제법을 우습게 알고 막대한 비자금을 운용한 일은 철저히 단죄해야 한다. 라 전 회장과 관련된 의혹들에 대해 검찰·금융감독원 등 사정당국이 봐주기로 일관한 것 아닌가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난 만큼 진상규명과 조처가 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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