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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진국들 무분별한 통화팽창 자제해야 |
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공격적인 통화 완화 정책이 세계경제 교란 요인이 되고 있다. 그제 개막한 다보스포럼은 대일본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일본 정부의 노골적인 중앙은행 개입은 심각한 반칙행위이며 환율의 정치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국제통화기금은 이웃을 거지로 만드는 정책을 각국이 채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불편한 마음을 나타냈다.
일본 정부는 앞서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을 벗어나기 위해 물가상승률 목표를 2%로 높이고 내년부터 매달 13조엔 규모의 자산을 시장에서 무기한 사들이기로 했다. 아베 총리가 지난해 11월부터 대담한 통화 완화 정책을 일본은행에 주문하면서 달러당 80엔 안팎이던 엔화 가치는 90엔 수준까지 떨어졌다. 아베 총리가 100엔 수준이 적절하다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로 인위적인 환율 정책을 펴는 것은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를 낳을 만하다.
일본은행이 돈을 마구 찍어낼 경우 일본은 결국 재정 적자가 확대되고 국제사회에서 환율조작국이란 오명을 쓰면서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원전 정지로 석유와 천연가스 수입이 크게 늘어 엔 약세는 일본 경제에도 큰 부담이다. 공격적인 통화 완화 정책은 일본 경제의 회생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한계가 분명한 만큼 자제해야 한다.
일본의 통화 완화를 빌미로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기축통화국들이 자기 앞가림에 급급해 경쟁적으로 양적완화라는 수단에 의존함으로써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미국과 유럽은 금융위기를 유발해놓고는 무제한 양적완화에 나서 환율전쟁을 촉발한 당사자들이다. 아베노믹스가 글로벌 환율전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을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환율전쟁은 두말할 것도 없이 공멸로 가는 길이다. 선진국들은 무분별한 통화팽창을 자제해야 한다.
선진국들의 양적완화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쪽은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이다. 수출길이 막히고 핫머니 유입으로 금융시장의 혼란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가 엔화보다 1% 상승할 때마다 한국의 수출은 일본의 수출 대비 1.1%포인트 하락해 수출 기업들엔 비상이 걸렸다. 일본 국채 등 엔화 자산을 대거 사들인 중국은 최근 엔화 급락으로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새달 파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동에서 세계경제 혼란을 피하기 위한 국제공조 방안을 찾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외환보유를 다변화하고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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