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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동흡, 헌재 공백 없게 하루라도 빨리 사퇴해야 |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을 위한 국회 인사청문특위 회의가 어제 무산됐다.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으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이외에는 국회 본회의 표결조차 불가능하다. 의장이 직권상정할 뜻이 없다니 이 후보자의 취임은 사실상 물건너간 셈이다. 새누리당에서도 특위 위원과 일반 의원들 중 상당수가 이 후보자의 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태도여서 설사 표결이 이뤄져도 통과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뒤 여론은 매우 부정적이다. 동아일보와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선 62.0%가 부정적 의견을 밝혔고,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61%가 임명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긍정적 의견은 각각 18.4%와 10.7%에 그쳤다.
청문회를 통해 숱한 의혹들 가운데 상당수가 사실로 드러나거나 이 후보가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 그중에는 거짓말로 드러난 것도 적잖다. 관용차를 자신이 먼저 2대 요구한 게 아니라고 했으나 헌재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거짓으로 밝혀졌고, 정치후원금을 한번만 냈다거나 갖고 있는 통장을 모두 공개했다는 해명도 사실과 달랐다.
이번 청문회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게 특정업무경비 문제다. 국회나 사법부의 경우 행정부와 달리 엄격한 증빙을 요구하거나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 이런 유의 보조금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다른 재판관들과 달리 초단기 금융상품 계좌를 이용해 아예 대놓고 재테크를 하는 등 사적 전용 정도가 용납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재판 활동과 부서 운영에 쓰라고 준 돈을 쌈짓돈처럼 써댔으니 민주당이 공금횡령 혐의로 형사고발하겠다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이제 이 후보자 스스로 사퇴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소장 자리는 지난 21일 이강국 소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한 뒤부터 공백 상태다. 이 후보자가 하루라도 빨리 물러나 후임자를 재지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거 몸담았던 조직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이런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이 후보자는 여전히 소장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특정업무경비는 개인 문제가 아닌 제도와 관행의 문제라는 점을 주변에 강조하며 구명을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헌재는 2011년 7월 이후 조용환 후보자 임명동의 문제로 무려 1년2개월이나 8인 체제로 운영되는 등 아픈 파행의 기억을 갖고 있다. 이 후보자가 이제라도 말끔하게 거취를 정리하는 게 남은 명예나마 지키는 길임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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