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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대 흐름 역행하는 청와대 경호실 격상 |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불과 4일 만에 두 번의 청와대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것도 청와대 조직의 기둥을 세우는 큰 틀의 개편이었다. 이례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25일 “대통령실을 비서실로 개편함에 따라 경호실을 비서실에서 분리하고, 경호실장을 장관급으로 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보다 앞선 21일의 1차 개편안 발표 때는 ‘청와대 개편안의 핵심은 슬림화와 간결화’라면서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의 쌍두 체제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1차 발표의 여운도 가시기 전에 경호실까지 포함해 3실 체제로 변경한 것이다. 더구나 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경호실장을 모두 장관급으로 하기로 해, 장관급이 이명박 대통령 때의 1명에서 3명으로 늘었다.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청와대 운영 방침이 ‘작은 청와대’에서 ‘큰 청와대’로 선회를 했는지 인수위는 명확하게 설명할 책임이 있다. 1차 개편 때 ‘경호처는 손을 대지 않는다’고 한 바 있는 유민봉 국정기획총괄 간사는 2차 땐 “경호처의 업무 과중에 대한 요구사항을 당선인이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원 증가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윤 대변인은 ‘인원 증가 없이 업무 과중이 해결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업무가 과중되더라도 즐겁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경호원들이 기분 좋게 일하도록 당선인이 선심을 썼다는 말인데, 재벌 비서실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경호실 강화가, 의전이나 경호보다 내용을 중시하는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 어느 선진국에서도 대통령이나 총리 경호실장을 장관급이 맡는 나라는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에 더해 경호실과 관련해 아픈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 시절 경호실이 무소불위의 권능을 행사하면서 국정을 농단하고, 이것이 정권의 신뢰를 갉아먹는 암적 존재로 기능했다. 김영삼 정권 이래 경호 책임자의 격을 낮추고, 가급적 군인이 아닌 경찰 출신을 책임자에 앉히려고 했던 것은 이런 반성의 산물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경호실을 20년 전으로 되돌리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이는 건 당연하다. 홀로 청와대에 들어가는 박 당선인이 경호실을 강화하겠다는 것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박 당선인의 가족과 본인의 피습 경험이 경호실 강화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이해 못 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경호실 격상이 곧 경호의 강화는 아니란 점을 알아야 한다. 국민과 호흡하고 소통하는 것보다 강력한 경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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