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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1.30 19:15 수정 : 2013.01.30 19:15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단지 첫 국무총리 인선 실패 때문만은 아니다. 김용준 총리 후보자의 낙마는 하나의 사례일 뿐 박 당선인이 처한 위기의 본질은 매우 뿌리가 깊고도 심각하다. 국민이 대통령 당선인의 행보를 지켜보며 매일 가슴 졸이고 조마조마해하는 것부터 정상적인 나라 꼴이 아니다. 새 정부는 출범도 하기 전부터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박근혜 리더십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나친 자신감’이라고 할 수 있다. 박 당선인은 주변에서 조언을 하면 종종 “내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말한다고 한다. ‘나홀로 인사’나 극단적인 비밀주의 등도 따지고 보면 ‘내 결정은 언제나 옳다’는 자신감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이 ‘알아서 한 일’의 결과는 줄줄이 낙제점을 받았다. 윤창중-이동흡-김용준으로 이어지는 인사 실패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렇다면 박 당선인은 ‘내가 인사에는 재주가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 ‘골방’에서 나와 인사를 비롯해 국정 운영 전반의 문제를 보다 폭넓게 상의하고 소통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지금의 나홀로 스타일을 계속 고집하는 한 이런 실패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박 당선인의 ‘거꾸로 리더십’은 새로운 정치 실현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는 데서도 나타난다.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의 극복, 수평적 당-청 관계 확립, 책임총리제 실시 등은 오래전부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과제들이다. 그런데 박 당선인은 오히려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새누리당은 적극적인 의견개진이나 정책조율을 포기한 식물정당이 된 지 오래다. 역대 집권여당 중 가장 무기력하고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이 될 조짐이 확연하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의 총리 지명에서도 나타났듯이 박 당선인이 원하는 총리는 소신있는 책임총리가 아니라 고분고분 자신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는 순종형 총리다. 청와대 경호실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한 것도 시대착오적이다.

대선에서 당선인의 반대편에 섰던 국민의 소외는 더욱 심각하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다독이려는 최소한의 제스처마저 없다. 말로는 국민대화합을 외쳤으나 막상 현실로 나타난 것은 막말 인사, 극우파 인사들의 중용이었다. 쌍용차 국정조사를 비롯해 문화방송 정상화 등 당면 현안들에 대해서도 무신경으로 일관한다. 오히려 이런 사안에 기를 쓰고 반대해온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잔뜩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러니 국민의 마음이 자꾸만 멀어지는 것이다.

궁금한 것은 박 당선인이 작금의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하는 점이다. 사실 소통 부족 등 박근혜 리더십의 문제점이 거론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개선은커녕 날이 갈수록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은 박 당선인이 그런 지적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래서는 위기의 늪에서 영영 헤어나오지 못한다. 총체적 난국의 해결책은 총체적 결단밖에 없다. 박 당선인의 깊은 성찰과 환골탈태의 변신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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