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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2.01 08:38 수정 : 2013.02.01 08:38

법원이 600억원대의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에게 어제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등에 대한 실형 선고에 이은 것으로, 대기업 총수 비리에 대한 법원의 엄벌 의지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동안 대기업 총수들이 회삿돈을 쌈짓돈처럼 마구 꺼내 써도 ‘경제 기여’ 등의 명분으로 집행유예로 풀어주는 나쁜 관행이 되풀이되는 바람에 법원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고조돼온 게 사실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정찰제 판결에 이은 대통령의 특별사면이란 대기업 총수 ‘면죄부 공식’이 깨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법원은 최 회장에 대한 공소사실 중 계열사 자금 497억원을 횡령한 혐의는 유죄로, 비자금 139억5000만원을 만들어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최 회장은 2003년에도 분식회계 사건으로 구속된 바 있어 10년 만에 두번째 수감생활을 하게 됐다. 특히 2008년 특별사면을 받은 직후에 다시 회삿돈에 손을 댄 것으로 드러나 죄질 면에서 정상참작의 여지가 없었던 셈이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검찰총장 퇴진까지 불러왔던 검찰의 사건 처리가 애초부터 잘못됐다는 사실을 재확인해주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형인 최 회장을 주범으로 봤으나,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을 구속하고 최 회장은 불구속기소했다. 기소 뒤에도 최 회장에겐 징역 4년, 최 부회장에겐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최 회장의 테니스 친구로 막역한 사이였던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이 징역 7년을 구형하겠다는 현장 의견을 무시하고 징역 4년 구형을 강권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판결에서 동생 최 부회장에게 무죄가 선고됨으로써 검찰총장의 빗나간 우정이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구형을 둘러싼 갈등이 계기가 돼 한 총장이 옷을 벗긴 했지만 검찰로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스스로 얼마나 황당한 짓을 한 것이었는지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 당시 뇌물검사, 성검사 사건이 줄지어 터지는 와중에서 이런 무모한 지시를 한 총장뿐 아니라 이를 받아들여 그대로 구형한 검사들까지 정상적인 조직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데 대해 뼈저린 성찰이 필요하다.

어쨌든 이번 판결을 계기로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뿌리깊은 악습은 물론 재산범죄, 기업범죄에 유독 관대한 사법 풍토도 바로잡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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