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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감사원도 고발한 김재철, 이래도 버틸 건가 |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이 어제 감사원으로부터 검찰에 고발을 당했다. 감사원이 지난해 9월부터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를 상대로 감사를 벌이면서 김 사장에게 법인카드 사용 내역 등을 제출하라고 3차례 요구했으나 이를 모두 거부했기 때문이다. 국가 감사기관의 요구까지 제멋대로 무시하는 공영방송 사장의 안하무인식 태도에 기가 찰 노릇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감사원이 요구한 자료는 김 사장의 배임 혐의와 연관이 있다. 김 사장은 2010년 취임한 뒤 2년 동안 법인카드로 6억9000만원을 쓰면서 귀금속, 명품가방, 여성용 화장품 등 통상 업무와 거리가 먼 물품의 구매를 남발해 노조로부터 고발당했다. 감사원이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문진에 대해 감사를 벌인 만큼 당연히 제출해야 할 자료들이다. 그러나 김 사장은 감사원법을 어겨가며까지 법인카드 사용 내역, 문화방송의 자체감사 증빙 등을 내놓지 않았다. 뒤가 구리지 않다면 도대체 해야 할 이유가 없는 행동이다.
김 사장을 감싸고돌며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방문진도 한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감사 결과 방문진은 문화방송한테서 매년 예산서를 제출받지 않았으며, 결산 관련 자료도 별다른 검토 없이 이사회에서 무사통과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노조 파업과 관련해 김 사장이 이사회 출석을 6차례나 거부했는데도 한 차례만 경고조처를 하는 데 그쳤다. 이랬으니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이 김 사장 비호를 위해 제 역할을 일부러 포기했다’거나 ‘김재철 사장이 방문진의 상전’이라는 비아냥이 나오지 않을 리 없다.
감사원의 이번 발표만으로도 김 사장과 김 이사장은 당장 물러나야 마땅하다. 김 사장은 이미 국회 증인 불출석으로 검찰에 벌금 800만원에 약식기소된 상태다. 공영방송 사장이 이처럼 최소한의 양식조차 갖추지 못한 경우는 눈 씻고 찾아도 찾을 수가 없다. 김 이사장 역시 박사학위 논문이 표절 판정을 받아 방문진 이사들이 자진 사퇴 권고를 결정한 바 있다.
다만 감사원이 5개월이나 감사를 벌이고도 자료 미제출 등을 핑계삼아 김 사장의 비위 사실을 전혀 밝혀내지 못한 것과 문화방송과 김 사장에 대한 감독 기능을 포기하다시피 한 김 이사장에 대해 주의 조처만 내린 대목은 아쉬움이 크다. 감사원이 면피성 감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든다. 이제 사안을 넘겨받은 검찰은 김 사장의 잘못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하고, 국회도 국정조사 등 추가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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