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새 정부 인선, 시한에 쫓기는 부실검증 안 된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새 정부 구성 작업이 잇단 인사 실패로 차질을 빚으면서 정부 구성이 제때 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5일 대통령 취임까지는 3주가 남았지만 총리 후보자는 물론 17명의 장관 후보자, 청와대 비서진 등 어느 자리 하나 확정된 게 없다. 총리 인선의 경우 인사청문회법에 보장된 최대 20일간의 청문 기간을 고려하면 정부 출범에 즈음해 국회 임명동의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장관의 경우 총리 후보자보다 청문회 일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데다, 정부조직법의 국회 통과 여부도 지켜보아야 하는 만큼 상당한 우여곡절이 예상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새누리당 쪽에선 “청문회와 검증은 열흘이면 충분하다”며 청문 절차를 속전속결로 진행하면 된다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다. 새 정부 출범에 맞추어 인사를 제때 발표함으로써 언론과 정치권에 충분히 검증할 시간을 줄 생각은 하지 않고 얼렁뚱땅 이른바 ‘초치기 검증’을 하자는 것이다. 안 될 일이다.
초대 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발표하는 인사마다 문제 인물을 내놓고선 현재의 검증 문화 탓을 하는 것도 여전하다.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어제 “국회에 청문회 제도와 시스템이 있는데 지나치게 설 위주로 하고 그걸 기정사실화해서 공직에 오랫동안 계셨던 분들이 곤욕을 치르는 사례가 있다”며 “유능한 사람들이 처음부터 가족의 반대로 거절하는 사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남 탓이다. 확인되지도 않은 설을 가지고 고위 공직자 후보를 낙마시킬 정도로 우리 언론이나 정치권이 선무당은 아니다. 국민이 그런 일은 용납하지 않는다.
현재의 인사 난맥을 청문회 탓으로 돌리지 말고 인선을 서두른 뒤 야당에 협조를 구하자는 주장은 그래도 합리적이다. 유기준 최고위원은 “지금 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것은 일정상 어렵다”며 “예정대로 인선을 마치고 청문회와 정부조직 개편안이 순차적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야당에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은 남 탓하지 말고 정도를 걸어야 한다. 인선을 늦추고 검증을 얼렁뚱땅 넘기려는 얕은수를 써서는 안 된다. 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내각을, 자폐적이고 협소한 울타리를 넘어 폭넓게 구한다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인물을 구하지 못할 까닭이 없다. 공직자에 대한 도덕적 잣대가 갈수록 엄격해지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식이 높아진 것이니 오히려 기뻐할 일이다. 설사 시일이 좀 걸리더라도 제대로 검증해야만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얻을 수 있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