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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4 19:45 수정 : 2005.08.25 20:30

어느덧 광복 60돌을 맞는다. 해방둥이들이 회갑이 됐고, 그 이후 태어난 사람이 인구의 90%에 이른다. 돌아보면 고난의 세월이자 한민족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역사의 한 장이기도 하다. 악랄했던 일본 제국주의가 남긴 피폐한 산하는 이제 세계 10위 경제권으로 바뀌었다. 항상 깨어 있는 민중의 의지는 선진국에 버금갈 만한 민주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 지구촌 어느 나라와 견줘도 당당한 우리의 모습이다.

광복 60돌은 분단 60돌이기도 하다. 삼국통일 이래 유례없이 긴 분단시대다. 그 질곡은 아직도 모든 부문에서 한민족을 옥죄고 있다. 많은 이산가족이 여전히 통한의 나날을 보내고, 남북을 합친 병력 규모는 세계 3위권에 이른다. 일본 우익이 발호하고 중국이 팽창적 민족주의 조짐을 보이는 데도 분단된 한반도가 빌미로 활용된다. 남북이 갈라진 주된 원인이 외세에 있다고 해도 남의 탓만 할 일이 아니다. 지난날의 모자람을 반성하고 분단 극복을 위한 새로운 에너지를 이끌어낼 때다.

지금 서울에선 ‘자주평화 통일을 위한 8·15 민족대축전’이 열리고 있다. 남과 북, 재외동포가 어우러져 화해와 공존의 미래를 일궈가는 잔치마당이다. 특히 북쪽 당국 대표단의 국립현충원 참배는 큰 의미를 갖는다. 서로 총부리를 겨눴던 과거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와 애도를 통해 민족상잔의 상처를 치유하고 진정한 화해를 향해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한 차원 높은 통일 노력을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 남북 관계는 한국전쟁 이후 가장 좋은 상황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적대와 대결의 논리가 화해와 공존의 가치에 자리를 내주면서, 공동이익을 모색하기 위한 대화와 접촉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다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틀까지 갖춘다면, 통일은 가시권에 들어오게 된다. 이달 말 재개되는 4차 6자 회담에서 반드시 성과를 얻기 위해 남북이 함께 온힘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남북은 정상회담이 있었던 2000년을 ‘통일 원년’으로 만들 수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후 벌어진 미국의 정권교체와 2차 북한 핵 위기는 사태를 거의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남북 교류·접촉 방식을 놓고 남쪽 내부에서 심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한민족이 통일을 향해 자신을 단련시키는 과정이기도 했다. 우리는 핵 문제 해결을 포함한 모든 통일 과정이 결국 자신의 역량과 노력에 달려 있다는 귀한 교훈을 얻었다.

광복 60돌을 맞는 우리의 마음은 밝다. 남북 관계는 이제 본질적 국면으로 접어들 참이고, 북한 핵 문제도 비교적 순풍을 타고 있다. 그간 미뤄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답방도 예상할 수 있는 분위기다. 핵 문제에서 가닥이 잡힘과 동시에 평화체제 구축과 군축 등 통일시대의 한반도 및 동북아를 위한 구상들이 제기될 것이다. 이를 내다보고 준비하는 것,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고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틀을 짜서 굳히는 것, 그럼으로써 올해를 통일 원년으로 만드는 것, 이것이 60돌 광복절에 우리가 해야 할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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