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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2.14 19:06 수정 : 2013.02.14 19:06

노회찬 진보정의당 의원이 어제 대법원의 유죄판결로 의원직을 잃었다.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 녹취록에 나온 이른바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떡값을 주고받은 삼성 사람들과 검사들은 다 빠지고 폭로한 언론인들에 이어 노 의원이 다시 법적 제재를 받게 된 것은 우리의 법상식과 정의관념에 반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코미디 같은 이번 판결은 처음부터 ‘독수독과’ 이론 운운하며 편파수사를 일삼은 검찰과 편협한 법해석으로 일관한 대법원의 합작품이다. 여야 의원 159명의 연기 요청을 수용하지 않은 채 판결을 강행한 대법원 제3부의 처사도 유감스럽다.

법리적으로 보자면 우선 항소심의 무죄판결을 뒤집은 대법원 제2부(주심 양창수)의 2011년 5월 판결에 문제가 있다. 국회 법사위에서 발언할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인터넷 누리집에 공개한 데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형법상 ‘정당행위’이므로 무죄라고 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8년 전 일로서, 공개하지 않으면 공익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해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시간이 흘렀다고 관심도가 떨어졌다는 판단도 그렇거니와, 보도자료 배포 행위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라 죄가 안 된다고 인정하면서 이를 인터넷 누리집에 올린 부수적 행위를 문제 삼아 의원직까지 박탈하는 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또 2심 재판부가 “검사는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에 대한 수사와 입증을 해태했다”고 질타했듯이, 검찰은 녹취록에 등장하는 홍석현·이학수씨는 물론 떡값 전달 대상으로 거론된 검찰 간부들은 제대로 조사도 않은 채, 엉뚱하게 이를 보도한 기자 2명과 국회에서 따진 노 의원만 문제 삼는 적반하장식 기소를 강행했다. 오랫동안 돈을 매개로 유착관계를 형성해온 재벌권력과 검찰권력의 힘이 이때부터 부당하게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시대착오적인 법적용을 제대로 견제해야 할 최고법원마저 형식논리에 빠져 이런 횡포를 합리화해준 것은 노 의원 말처럼 “폐암환자를 수술한다더니 암 걸린 폐는 놔두고 멀쩡한 위를 들어낸 의료사고”나 마찬가지다.

통신비밀보호법 자체가 정보·수사기관 등의 불법도청을 막기 위해 만든 것임에도 실제 적용 과정에서 양심에 따른 고발자나 이를 보도하는 언론인들이 주로 단죄 대상에 오르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의원들이 법개정안을 발의한 것처럼 위법성 조각 사유와 형량을 다듬는 등 정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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