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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법과 법률을 비웃는 이주호 장관의 몽니 |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요청으로 특별징계위원회가 어제 이틀째 열렸다. 전날 전북교육청 소속 시·군 지역교육장 전원 등 핵심 인사 19명에 대한 징계의결에 이어 경기도교육청의 시·군 교육장 전원 등 30명에 대한 징계의결을 위해서다. 위헌적인 훈령에 근거한 위법부당한 지시를 강제로 이행시키기 위해 위법한 징계까지 강행하려는 것이다. 쿠데타 정권 말고 이렇게 헌법과 법률을 일삼아 짓밟는 장관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닷새 뒤면 자리를 뜬다는 사실만으로 위안을 삼을 뿐이다.
이번 징계의결은 첫 단추부터 위법했다.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길면 졸업 뒤 5년까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라는 교과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지시 자체가 부당했다. 관련 훈령은 이미 인권위원회, 국회 입법조사처 등으로부터 위헌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이수 헌법재판관도 인사청문회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이런 판단은 최소한의 법률 상식만 있어도 내릴 수 있는 사항이다. 학생부에 기재된 학교폭력은 진학과 취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는 학생의 실수가 한평생 따라붙는 낙인이 되는 것이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수단이 적절하지도 않고 기본권 침해의 정도가 심하며 효과도 의심스럽다. 헌법이 정한 과잉금지 원칙에 명백히 위배된다.
이런 기본권 침해는 법률로써만 가능하다. 하지만 교과부는 장관 훈령으로 이를 정하고, 시·도 교육감들에게 이행을 강제했다. 헌법과 법률 위에 장관을 둔 셈이다. 교과부는 초·중등교육법상의 ‘학생지도’ 조항에 근거했다고 강변하나, 지도를 위한 학생부 기재라면 재학 기간으로 한정해야 한다. 그리고 인권침해 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법원에 의해 유죄로 확정된 학교폭력만을 기재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있는데도, 학교 안 임의기구에서 판정한 학교폭력을 기재하도록 했다. 획일적 낙인찍기라는 가장 손쉬운 방안을 택한 것이다.
헌법과 법률에 어긋나는 지시는 거부하는 게 마땅하다. 그런 지시를 강제한다면,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이라도 탄핵당해야 한다. 그러나 이 장관은 위법부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징계를 요구했고, 징계하지 않자 특정감사 등 압박을 했으며, 교과부 특별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했다. 무법자나 다름없다. 특별징계위의 징계의결은 교육감의 신청에 따라 장관이 요구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이 장관은 임의로 요청했으니 이 또한 적법하지 않다. 이러고도 장관 자리에서 호령하고 있으니, 이 정권의 법치가 붕괴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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