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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민주화를 선거용 수사로 만든 경제팀 인선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 전반이 실망스럽지만 그 가운데서도 경제팀은 더욱 실망스럽다. 지난 대선 때 화두는 복지와 재벌개혁이라는 경제민주화였는데, 경제팀의 면면을 보면 경제민주화는 선거용 수사에 불과했나 싶을 정도로 성장론자들이 전면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로 숨통이 트이기를 기대했던 중소기업이나 영세자영업자, 서민들이 이런 인선에서 어떤 희망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5년 만에 부활한 경제부총리에 내정된 현오석 후보자는 경제민주화보다 경제선진화가 우선이라고 말해온 대표적인 성장론자다. 현 후보자는 지난해 언론사 설문조사에서 차기 대통령이 하지 말아야 할 5가지 가운데 하나로 복지 확대 및 재정 악화를 꼽을 정도였다. 그는 또한 대기업은 나쁘다는 식의 정서적인 차원에서 경제민주화를 풀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 당선인이 경제민주화를 약속해놓고 현 후보자 같은 시장주의자를 지명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경제민주화가 시대적 과제로 등장한 것은 한국처럼 대기업의 승자독식이 제도화된 나라가 드물고, 대-중소기업간, 지역간, 계층간 양극화가 극심해진 까닭이다. 게다가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열심히 일해도 먹고살기 힘들고 취약한 복지제도 탓에 일자리를 잃으면 바로 생존의 벼랑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따라서 대기업의 과도한 탐욕을 규제해 시장질서를 바로잡고 복지를 확대해야 경제 생태계도 살아나고 사회통합도 이룰 수 있다는 공감대가 이뤄진 것이다. 경제성장도 필요하지만 재벌 중심 신자유주의 경제의 틀과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 성장은커녕 사회통합도 어려워질 상황이다.
그런데도 벌써부터, 무리하게 복지공약을 지키려 해선 안 되며 경제가 어려운 만큼 대기업을 옥죄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부처 관료들은 복지공약을 이행하려면 박 당선인이 추계한 예산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 것이라며 공약 수정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도 없는 보신형 관료가 경제 수장을 맡아 어떤 변화와 개혁을 이뤄낼지 불을 보듯 뻔하다. 재계에서는 재벌 개혁은 물 건너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조원동 경제수석 내정자 또한 정책통이라고 하지만 실무형이어서 개혁과제를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다. 박 당선인은 초반에 모멘텀을 놓치게 되면 시행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강력한 공약 실천을 주문하고 있는데, 과연 이런 인사들이 그런 실천력이 있을지 우려스럽다.
[한겨레캐스트]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 무능’,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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