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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이명박 정부 5년 |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퇴임연설을 끝으로 집권 5년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25일 박근혜 정부 출범에 앞서 이 대통령은 24일 청와대를 떠나 서울 논현동 사저로 옮긴다고 한다.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이명박 정부 5년에 대한 평가는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냉철한 평가와 반성만이 더 나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퇴임하는 대통령의 노고와 공적을 평가하는 데 인색할 필요는 없다. 이 대통령이 자평한 대로 재임 기간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의 파고에 맞서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게 국가신용등급이 올랐고, 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유치를 성사시켰으며, 서울 G20 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 등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그렇다고 이런 몇몇 결과를 내세우며 이 대통령이 “내가 대통령이 되어서 수백년 변방에서 세계 중심으로 갔다” “나는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일한 대통령”이라는 등 자화자찬하는 것은 낯뜨거운 일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하면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모범국가의 반열에 오른 지는 제법 오래됐다. 국가적 위상이 높아졌다면 그것은 지난 세월 우리 온 국민이 피땀 흘려 노력한 결과의 총화이지 이 대통령 개인의 업적은 아니다.
이 대통령 집권 5년은 한마디로 정치가 실종된 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이끌어갈 철학이나 비전이 없는데다 기본적인 지도자로서의 품격조차 갖추지 못한 탓에 스스로 국격을 깎아내리는 구실을 했다. 이 대통령은 선진일류국가로 가는 기초를 닦기 위해 불철주야 뛰었다고 했지만, 민주주의와 사회기풍의 퇴행이라는 결과를 가져왔을 뿐이다. 대통령은 열심히 일하면서 행복했는지 모르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불행을 곱씹을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이 대통령 재임 5년을 두고는 치적보다 오점으로 기록될 항목이 너무 많아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22조원을 쏟아부은 4대강 사업은 감사 결과 총체적 부실로 판정났고, 남북관계는 천안함·연평도 사태와 3차 핵실험 등으로 파탄 지경에 빠졌다. 언론과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만들고도 친형과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돼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란 구호는 웃음거리가 됐고, 내곡동 사저 터 의혹으로 대통령 일가가 특검의 수사대상에 올랐다. 민간인 불법사찰, 고·소·영 인사, 쇠고기 파동, 임기 막판의 뻔뻔한 측근 사면에 이르기까지 대통령 자질을 의심케 하는 일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제 정권은 끝이 났고 평가는 역사에 맡겨졌다. 책임을 물을 일이 있으면 철저히 규명하고, 공과를 냉철히 평가해 후대에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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