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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CIA 활동’ 전력자를 핵심 장관에 기용하는 게 맞나 |
재미동포 출신의 성공한 벤처기업가 김종훈씨가 박근혜 정부의 핵심 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로 발표될 때만 해도 참신하다는 평이 꽤 있었다. 국수주의 또는 민족주의 관점에서 미국인을 우리나라 장관으로 발탁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개방화 시대에 맞게 외국 국적자라도 국가 발전을 위해 잘 활용하면 된다는 논리가 만만치 않았다. 2002 월드컵축구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을 일약 4강에 올려놓은 네덜란드인 거스 히딩크 감독, ‘오보청’이라는 기상청의 불명예를 떨치는 데 공헌한 미국인 켄 크로퍼드 기상선진화추진단장의 성공 사례를 들며 긍정적으로 보자는 의견도 속출했다.
그러나 그가 단순히 성공한 재미 이민자가 아니라 미국의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 불법 활동도 불사하는 중앙정보국(CIA)과 밀접한 관련을 맺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아무리 강력한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국익이 일치하는 게 아닌데, 굳이 그런 전력을 가진 사람을 써야 하느냐는 의문이 이는 건 당연하다. 실제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인 이스라엘도 미 군사정보를 제공하다 수감된 유대인 조너선 폴러드 사건으로 오랫동안 외교 마찰을 겪은 바 있고, 우리나라도 미 해군 정보를 제공하다 구속된 로버트 김 사건으로 큰 홍역을 치른 기억이 새롭다.
김씨의 중앙정보국 연계 활동은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우선 그가 밝혔듯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시아이에이 외부자문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일했다.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의원은 “자문위원들은 대테러, 테러 비확산, 사이버 안보와 교전지역 등 업무를 브리핑받고 임무 달성을 위해 기꺼이 돕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 정도면 말이 비상임위원이지 명백한 중앙정보국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김씨는 1999년 중앙정보국이 정보기관에서 쓸 기술을 개발하는 벤처 발굴을 위해 설립한 투자펀드 ‘인큐텔’의 이사회에 참여했다. 자신이 설립한 유리시스템스라는 회사에 1996년 중앙정보국 국장에서 퇴임한 제임스 울시를 이사로 영입했고, 이때를 기점으로 회사도 급성장했다고 한다. 그가 미 해군으로 7년간 복무한 뒤 “진짜 미국인이 됐다”고 밝힌 점도 그가 국익이 충돌할 때 과연 어느 편에 설 것인지를 의심하게 한다.
그동안 미국인으로 살아온 그가 장관을 마친 뒤 우리나라에서 계속 살란 보장도, 강요할 장치도 없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김씨를 국정의 핵심 요직에 발탁해야 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그에 대한 충분한 답이 없다면 다른 사람을 찾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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