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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관 후보자, 자진사퇴가 해법이다 |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를 둘러싼 의혹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매일 자고 나면 새로운 의혹이 튀어나오고 있다. 외국계 무기중개업체 고문 전력에다 부인의 군납업체 주식 보유, 장남의 특혜 취업 의혹, 부대 위문금의 개인 통장 입금 사용, 사단장 시절 리베이트 수수 의혹, 증여세 탈루, 허위 재산신고,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의혹 등 지금까지 나온 의혹을 열거하기에도 숨이 벅찰 지경이다. 이처럼 다종다양한 도덕적 흠을 골고루 갖추기도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여기에 놀라운 사실이 또 하나 추가됐다. 김 후보자가 무기중개업체인 유비엠텍 고문을 맡고 있던 시절 국산 전차에 들어갈 파워팩(엔진+변속기) 부품을 독일 업체로부터 수입하는 과정에서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 중개업체들을 봐준 정황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난 것이다. 파워팩을 생산하는 독일 회사인 엠티유 쪽에서 ‘중개상을 배제하고 직접 거래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으나 방위사업청은 이를 묵살하고 굳이 3개 중개상을 중간에 끼워넣었다는 것이다. 이 거래를 성사시킨 유비엠텍은 43억원의 중개수수료를 챙겼고, 김 후보자 역시 두둑한 성공보수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 장관은 군 전력화 사업의 최고 책임자다. 김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비롯해 국방장비의 현대화를 위한 각종 무기 거래 사업을 지휘해야 한다. 그런데 무기 납품 과정의 석연치 않은 잡음의 한복판에 서 있는 사람이 어떤 낯으로 부하들에게 깨끗하고 투명한 일처리를 강조할 수 있겠는가. 군은 어떤 조직보다도 도덕적 권위가 중요시되는 곳이다. 김 후보자는 지금까지 나온 의혹만으로도 이미 군을 통솔할 자격을 잃었다.
김 후보자의 국방장관 적격성을 두고는 새누리당 안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명을 철회할 뜻이 전혀 없는데다, 박 당선인에게 김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여론을 용기 있게 전할 사람도 별로 없다는 점이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상황이 이쯤 됐으면 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쏟아지는 의혹 속에서도 끝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41일씩이나 버티다 물러나는 바람에 더욱 큰 상처를 입었다. ‘군대판 이동흡’이라는 비아냥까지 받고 있는 김 후보자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하루빨리 결단을 내리는 것이 김 후보자 자신이나 군, 나라에 모두 도움이 되는 일임을 알았으면 한다.
[관련영상] ‘낙제점’ 박근혜 인사 (한겨레캐스트#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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