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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2.22 19:11 수정 : 2013.02.22 19:11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한국노총을 방문했다. 당선인 신분으로서의 마지막 공식 일정으로 노동계를 찾은 것이다. 그동안 노동문제에 너무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박 당선인이 늦게나마 노동계 의견을 청취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엊그제 한국경영자총협회 방문을 통해 드러난 박 당선인의 노동관에 대해선 큰 실망과 우려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노동관이 ‘친기업, 반노동’이라는 낡고 그릇된 색깔을 강하게 띠고 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의 노동관은 노사자율을 존중하되 불법투쟁을 근절해 법과 질서가 존중되는 노사관계를 구축한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노사자율과 법질서 존중은 외견상 누구도 흠잡기 어려운 노동정책의 일반 원칙이다. 그러나 이 땅의 노동 현실에 대입하는 순간 그 실질적 의미는 엄청나게 달라진다.

우선 노사자율은 사용자가 절대강자인 지금의 노사관계를 방치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불법사찰과 탄압을 일삼은 이마트의 횡포가 우리 노사관계의 생생한 현주소다. 현대자동차 앞에선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대법원 판결조차 너무나 무기력하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도 노사간 힘의 불균형이 개선되기 힘든 판에 노사자율을 강조하는 것은 기업 편들기나 마찬가지다. 이는 명백한 정부의 책임 회피다. 울산 현대차에서, 경기 평택 쌍용자동차에서, 서울 재능교육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고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은 그 뿌리가 노조탄압과 불법파견, 부당해고 등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있다. 반면에 ‘법과 질서’는 노동자의 생존권 투쟁을 지금처럼 억압하겠다는 경고로 들린다. 노동계를 불법행위를 서슴지 않는 처벌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박 당선인이 ‘한국형 노사협력 모델’을 만들겠다며 그 파트너로 경총과 한국노총을 콕 집어 얘기한 것도 문제다. 박 당선인 발언에 민주노총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면 위험하기 짝이 없다. 한국노총과 함께 노동계의 양대 산맥인 민주노총과 대화하지 않고 정부가 노동 현안을 풀어가기란 불가능하다. 노동 현장에서 대화와 타협이 더욱 어려워져 정치·사회·경제적 부담만 커질 뿐이다.

25일 열리는 18대 대통령 취임식 슬로건은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이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노동관에 ‘배제와 탄압’이 자리잡고 있다면 노동자들은 희망도, 새 시대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은 다른 누구보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에게 큰 부담과 불행이 될 것임을 박 당선인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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