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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일 정상회담과 급박한 한반도 정세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그제 정상회담을 했다. 이번 회담은 두 가지 점에서 회담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하나는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이후 두 나라 정상이 처음 만났다는 사실이다. 둘은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열도(중국 이름 댜오위다오) 문제로 치열하게 갈등을 벌이고 있는 시기라는 점이다. 두 문제 모두 우리나라의 안보에 직간접으로 큰 영향을 주는 사안이다. 더욱이 두 나라가 동북아 지역의 질서를 새로 짤 수 있을 정도의 위상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우선 두 정상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추가 제재와 관련해 “강한 조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 이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유엔헌장 7장을 원용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유엔헌장 7장은 평화에 대한 위협, 파괴, 침략 행위를 규정하면서 이에 대한 회원국들의 강제적 대응조처를 41조와 42조에 명시하고 있다. 현재 회원국의 자율에 맡겨놓고 있는 제재를 강제화하겠다는 것이다. 두 나라는 유엔 제재 이후에는 금융제재를 포함한 독자 제재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바로 전날 외무장관 회담을 열어 강력한 제재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어 상황이 두 나라의 의도대로 전개되지는 않겠지만, 제재를 둘러싼 국내외 긴장이 고조될 건 확실해 보인다.
아베 총리는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센카쿠 문제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지지를 희망했으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대해 명시적 언급을 피했다. 일본과 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중국과 대립을 피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엿보인다. 미국으로선 세계 및 지역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절대적 협력이 필요한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큰 틀의 움직임과 별개로 남북 사이에 군사 긴장이 격화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 북한의 판문점대표부는 그제 제임스 서먼 주한미군사령관 앞으로 보낸 편지에서, 3월 중순 실시 예정인 ‘키 리졸브’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다는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에 앞서 우리나라와 미군 당국은 워싱턴에서 제3차 한-미 통합국방협의체 회의를 열고, 북핵 위협이 현실화될 때 대비해 맞춤형 억제전략을 조속히 구체화, 가시화하기로 합의했다.
오늘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국방 당국자들은 주변 상황이 매우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강한 긴장감을 가지고 한반도 상황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정권교체기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더 눈을 부릅뜰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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