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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2.25 19:17 수정 : 2013.02.25 20:59

대통령의 취임사는 새 정부 5년의 국정 목표와 원칙, 비전을 집약적으로 담은 국정운영의 청사진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제18대 대통령 취임사에서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등 세 가지를 캐치프레이즈로 제시하면서 “부강하고 국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취임사에 빈번히 등장한 말은 국민, 시대, 행복, 창조 등의 단어다. 특히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를 상징하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표현을 네 차례나 사용했다. 반면에 민주, 통합, 개혁, 인권 등의 단어는 별로 등장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점이 어디에 찍혀 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이 다짐한 ‘국민행복’은 사실 박정희 시대에 잉태돼 오늘날까지 이어진 ‘국가주의’의 폐해를 극복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국가가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국민의 삶이 불안하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박 대통령의 진단은 국정운영의 틀을 국가 중심에서 국민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시대적 당위를 반영한다. 하지만 취임사를 보면 ‘국민행복’에 도달하는 과정을 또다시 박정희 시대의 방식에 의존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하면 된다는 국민들의 강한 의지와 저력” 등을 거론하며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유난히 강조한 것부터 그렇다. 경제민주화 공약 후퇴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경제민주화를 창조경제와 함께 경제부흥의 요소로 거론하기는 했으나 역시 주안점은 창조경제에 놓여 있다. 아버지가 정부 주도의 압축성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처럼,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 등을 주축으로 새로운 경제도약을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 셈이다.

새 정치 실현은 대선 기간 내내 뜨거운 화두의 하나였으나 취임사에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국민 대통합 한바탕 축제’라는 취임식 명칭과 달리 국민통합과 화해, 탕평을 향한 의지 표명도 없었다. 내각과 청와대 인선 등으로 이제는 통합이라는 말을 꺼내기가 무색해진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취임사에서 가장 유감스러운 것은 민주주의와 인권 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그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위대한 성취”를 말하면서 “독일의 광산” “열사의 중동 사막” 등에만 경의를 표시했을 뿐 민주화를 위해 피 흘린 역사에 대해서는 헌사를 바치지 않았다. 당연히 당면한 민주주의와 인권 향상 문제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민주는 경시되고 경제부흥만 강조되는 시대를 또다시 만난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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