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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쪽 정부’ 해소하려면 새누리당 고집 버려야 |
국회가 어제 오후 본회의를 열어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새 정부의 총리 공백 사태는 다행히 피하게 됐다. 그렇지만 총리만 있고 각료들은 없는 기형적인 사태는 쉽게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각 부처 장관들의 임명동의안 절차가 지연되면서 국정운영의 파행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마저 우려되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여야의 충돌은 과거에도 늘 있었으나 이번처럼 새 정부가 출범한 뒤까지도 국회 통과를 마무리짓지 못한 적은 없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여야 정치권 전체의 정치력 부재를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19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국민에게 한 가장 큰 약속이 ‘새로운 정치’였으나 실제로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여야의 맹성을 촉구한다.
하지만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갈등 내용이나 협상에 임하는 태도 등을 들여다보면 여당인 새누리당에 더 큰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새누리당의 자율권 부재는 협상 타결의 최대 걸림돌로 보인다. 애초부터 새누리당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정부조직 개편에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하기는커녕 개편안이 나올 때까지도 깜깜무소식이었다. 그리고 오직 던져진 개편안을 국회에서 원안대로 통과시키는 임무만이 주어졌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현 조직개편안은 당당하고 설득력이 있다”고 일갈하면서 새누리당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여야 협상의 핵심 쟁점은 방송통신위원회 기능 조정 문제다. 새누리당은 방송정책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방송의 공정성·독립성과 직결된 민감한 문제다. 장관이 업무를 총괄하는 독임제 행정기관인 미래부는 합의제 행정기관인 방통위에 비해 아무래도 독립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정성과 독립성이 생명인 방송을 단지 산업진흥이라는 논리로 접근하는 것이 옳은지부터 의문이다. 보도와 비보도를 나누어 관할 기관을 달리하자는 새누리당 주장도 수긍하기 힘들다. 비보도 방송 역시 여론형성의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어 공적 책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운영 방식에 대한 대통령의 철학과 생각은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조직 개편안을 대통령 뜻대로 통과시키는 것만이 유일한 정답은 아니다. 특히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방송의 공정성·독립성 등과 관련된 문제는 더욱 그렇다. ‘반쪽 정부’를 한시바삐 벗어나는 것은 결국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인식 변화에 달려 있다.
[관련영상] 박근혜 정부와 '박정희 유전자'의 부활
(한겨레캐스트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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