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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이시디 5번째로 불평등하다는 지니계수 |
우리나라의 소득분배 지표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실제 소득불평등 정도는 훨씬 심각하다고 한다. 정책은 정확한 실태에 근거해야 하는데 통계가 부실하거나 부풀려져 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더군다나 양극화 해소와 소득불평등 개선은 새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핵심 과제인 만큼 먼저 실상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동국대 김낙년 교수는 ‘한국의 소득분배’ 논문에서, 국세청 자료를 참고해 지니계수를 보정하면 2010년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39에서 0.415로 높아지고, 가처분소득 기준으로는 0.308에서 0.371로 높아진다고 밝혔다. 이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칠레, 멕시코, 터키, 미국에 이어 5번째로 불평등도가 심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소득분배는 외환위기 이후에 크게 악화됐는데, 정부는 최근 불균등이 완화되고 있으며 국제비교에서도 한국의 위상이 나쁘지 않은 쪽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양극화가 날로 심화되고 있어 실제로 그렇게 느끼는 사람은 드물다.
지금까지 지니계수 산정의 기초가 됐던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는, 조사 대상자가 8000여명으로 적고 상위 소득자들이 허위로 응답하거나 금융소득을 적게 보고하는 허점이 많다고 한다. 게다가 무응답률이 20% 남짓 된다고 하니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사 대상 가구의 범위도 들쭉날쭉해 추이를 정확히 보기 어려운 점도 문제다. 반면 국세청 소득 자료는 면세점 이하 소득자들이 빠지게 되지만 전수를 집계한 통계자료여서 신빙성이 높다고 한다. 국세청 소득 자료를 참고해 지니계수를 보정한 결과 불평등도가 이처럼 급격히 높아졌다니, 그동안 정부가 부실한 통계로 눈가림을 하지 않았나 의심이 들 정도다.
특히 상위 1%의 소득 누적 집중이 외환위기 이후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고 그 가운데서도 상위 0.1% 소득층의 점유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외환위기 이후 개인소득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에 못 미치면서 기업 쏠림 현상이 나타났고, 기업 성과주의 모델이 뿌리를 내리면서 잉여자본이 소수에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제력집중 현상이 소득분배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부자증세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시사한다.
새 정부는 불평등을 보정하기 위한 복지재정 투입 의지를 보이면서도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겠다고 한다. 전형적인 두 마리 토끼 잡기 전략으로 여차하면 불평등도 완화를 핑계로 복지재정 투입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때일수록 소득분배 지표가 실상을 정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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