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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2.27 19:46 수정 : 2013.02.27 19:46

새 정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5·16 쿠데타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몇몇 후보자들이 답변을 거부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 눈치보기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러다가는 5·16이 다시 ‘구국의 혁명’으로 미화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는 어제 청문회에서 5·16에 대한 입장을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국무위원 및 장관으로서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게 직무 수행에 적절치 않다”며 답을 피했다. 앞서 유 후보자는 서면질의에 대해서도 답을 거부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역시 5·16에 대한 서면질의에 “개인적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피해갔다.

두 후보자의 답변 거부 사유부터 납득하기 어렵다. 나라의 안전과 법질서를 책임지는 안전행정부와 법무부를 관장하는 국무위원으로서 나라의 안위와 법치를 위협했던 과거 사건에 대해 명확한 인식을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두 후보자는 이런 문제에 대해 추호의 오해가 없도록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할 처지에 있다. 5·16은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정치군인들에 의한 정권 전복, 즉 쿠데타인 것은 명약관화하다. 120만 공무원과 법무 행정을 각각 책임지는 두 후보자가 5·16에 대해 슬그머니 눈을 돌리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두 후보자가 답변을 거부한 진짜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살핀 탓일 것이다.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제2 한강의 기적을 언급하는 등 박정희 시대로의 회귀 분위기가 역력한 상황에서 5·16을 잘못 언급했다간 박 대통령 눈 밖에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홍원 총리가 인사청문회에서 5·16에 대해 “군사정변으로 교과서에 나와 있고 거기에 동의한다”고 답한 것 역시 국회 표결 절차를 의식해 마지못해 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표결 절차가 없는 장관 후보자들은 인사청문만 넘기겠다는 요량으로 얼버무리고 있는 것이다. 장관들부터 이런 식이면 공무원 사회는 물론 온 나라에 유신의 망령이 되살아나지 말란 법이 없다.

5·16과 유신이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짓밟은 독재의 시대였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한 만큼 오히려 박정희 대통령의 공과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히 따지고 구분해야 한다. 일국의 장관 후보자들마저 박정희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러내기 주저해서는 민주국가라고 할 수 없다. 박 대통령 집권에 편승해 유신의 망령이 부활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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