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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2.28 19:27 수정 : 2013.02.28 22:09

청와대와 여당이 상명하복의 수직 관계에서 벗어나 수평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일은 여권의 오랜 숙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새로운 당청관계 수립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이명박 정권 아래서 일방통행식 당청관계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낀 사람이 박 대통령일 것이라는 관측도 희망 섞인 기대에 한몫했다. 하지만 실제 나타나는 모습은 전혀 딴판이다.

엊그제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여당이 무기력하게 끌려가고 있다” “당이 대통령에게 할 말을 해야 한다”는 등의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 “당 지도부는 야당만 설득할 게 아니라 대통령을 설득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고,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등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일부 장관 후보자들의 사퇴 필요성도 제기됐다.

실제로 대선 이후 당청관계는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양상이 뚜렷하다. 정부조직 개편안 마련, 내각 구성 등의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철저히 소외됐다. 그러면서도 정부조직 개편안 원안 통과, 모든 장관 후보자들의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는 새누리당에 떨어진 지상과제가 됐다. 게다가 여당에는 협상 자율권도 없다.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양보는 없다’고 선을 그어 버리니 협상의 물꼬가 터질 리 없다.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거수기 정당’ ‘설거지 정당’ 따위의 푸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문제는 박 대통령의 국회 경시, 여당 무시 행태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데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수평적 당청관계와는 거리가 먼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황우여 대표는 당 대표에게 요구되는 결단력은커녕 무소신과 눈치 보기, 우유부단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의 좌충우돌과 독불장군식 행태는 여권에서도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으나 박 대통령의 신임은 더욱 두터워지는 양상이다. 최고중진회의에서도 이 원내대표는 “좌파가 낙마시키려는 후보를 물러나게 할 수 없다”는 엉뚱한 논리로 일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 필요성을 일축했고, 황 대표는 특유의 침묵 작전으로 현안을 피해 갔다. 이런 지도부에 새로운 당청관계 수립을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는 격이나 마찬가지다.

여권의 내부 견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정권은 실패하게 돼 있다. 청와대가 여당 내부의 비판마저 듣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 여론에 완전히 귀를 막았음을 뜻한다. 엊그제까지도 여권의 비주류 수장 노릇을 한 박 대통령이 이런 당연한 이치를 벌써 까맣게 잊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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