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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녹색기업’ 삼성전자와 보건법 위반 1934건 |
1934건. 고용노동부의 특별감사 결과 드러난 삼성전자 화성공장의 법 위반 건수다. 법이 정한 안전·보건 관리 규정을 전면 무시하거나 매일 어기지 않고는 도달할 수 없는 수치다. 세계 초일류라는 삼성전자의 안전·보건 실태는 사실상 최악이었다.
화성공장은 불산을 포함해 유해화학물질 20여종을 해마다 수십톤씩 공기중에 날려보낸다. 하지만 유독물 관리자는 단 1명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위험성이 큰 시설의 관리를 도급 주고도, 이들 업체에 대한 관리 점검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번에 사상자를 낸 협력업체 에스티아이서비스는 유독물 영업 등록도 하지 않은 업체였다. 독성물질이 누출되면 일단 회수와 함께 중화시켜야 한다. 하지만 그런 배기시설이 있는 라인은 6개 중 2개뿐이다. 사고가 난 라인에서는 누출된 불산을 송풍기로 강제로 내보냈다. 2차 피해를 자행한 셈이다. 환경단체 조사로는 인근에서 채취한 15개 식물 시료 가운데 9개에서 불소 성분이 검출됐었다. 일부 보호장구들은 방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더 고약한 것은 사고 발생 이후의 대응이었다. 멀쩡한 노동자를 죽게 하거나 위험에 빠뜨린 것은 삼성전자의 부실 관리와 대응 때문이었다. 공급 밸브에서 불산이 누출되는 것을 알고서도 10시간 정도나 비닐로 미봉했고, 그 후 보수작업 중에도 보호장구를 갖추지 않은 채 작업하도록 방치했다. 사고를 경기도청에 신고한 것은 다음날 응급실로 이송된 노동자가 사망하고 난 뒤인 오후 2시40분이었다. 이 과정에서 불산 가스를 외부를 방출하고도 주민에게 알리지 않았으며, 조사 과정에 주민 참여를 한사코 거부했다. 안전·보건 관리는 엉터리였고, 사후 대처는 악질적이었다.
이런 기업이 1998년 정부로부터 녹색기업으로 인증을 받은 것은 더 놀랍다. 유해물질 하도급 규제 등 각종 정기점검을 면제받았던 건 그 결과였다. 따라서 1934건이나 규정을 어기고, 결국 인사 사고를 내도록 한 책임에서 정부도 자유로울 수 없다. 게다가 정부는 구미 사고 이후에도 제도 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8개 부처로 분산된 화학물질 관리·감독 업무, 사고 때 형식적인 처벌을 그대로 유지했으며, 2차 피해를 입게 될 주민의 알권리도 보장하지 않았다. 올해 1월에만 상주 염산 누출, 청주 불산 누출, 삼성전자 사건 등 사고가 잇따른 건 이와 무관할 수 없다. 따라서 사고업체에 대한 엄격한 수사 및 처벌과 함께 녹색기업 인증 과정 등에 정부 잘못은 없었는지도 따져야 한다. 체계적인 관리·대응체계 수립은 물론 이와는 별개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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