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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막 내린 차베스시대, 평화로운 남미의 초석 되길 |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암 투병 끝에 지난 5일(현지시각) 사망했다. 남미대륙의 풍운아 차베스는 14년에 걸친 집권 기간에 빈민의 벗이자 반미의 상징으로 지지자들에게 추앙받았지만, 독재자란 비판도 끊이질 않았다. 그의 죽음으로 중남미 정치 지형은 큰 변화를 맞게 됐다.
차베스의 사망은 한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차베스는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등과 함께 반미에 앞장섰던 20세기형 사회주의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세 사람 모두 20세기에 등장해 선명한 반미의 기치를 내걸었다는 점에서 고전적 의미의 제3세계 사회주의 지도자였다. 카다피는 독재자로 최후를 마쳤고, 카스트로는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반면, 차베스는 4선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세상을 떴다.
차베스가 집권 기간에 선보인 급진적 분배정책은 빈민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무상의료와 현금지원 등 직접지원 정책은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를 여러 차례 선거에서 승리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그 결과 베네수엘라는 중남미에서 가장 공정한 수입 분배 구조를 갖춘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현물지원 정책은 나라의 경제구조를 생산적으로 바꾸는 데는 실패했다. 중산층 이상 가진 자들의 저항을 억누르기 위한 인권탄압과 사법·언론 통제는 차베스에게 독재자란 오명을 덧씌웠다. 이런 행태는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이나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이 집권 연장을 시도하지 않고 온건한 좌파 노선을 추구한 것과 대비된다.
반미의 선봉에 서왔던 차베스의 사망으로 미국과 중남미 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정부와의 건설적인 관계발전에 대한 관심을 다시 확인한다”는 성명으로 관계 개선 의지를 내보였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정부는 최근 미국 외교관 두 명을 추방했고, 반대세력이 차베스를 병균으로 감염시켰는지 여부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미국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차베스가 없는 지금 미국과 중남미도 건설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새롭게 노력할 때가 됐다.
차베스 지지자들은 길거리로 나와 “우리가 차베스다”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고 한다. 차베스는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평화롭고 조화로운 사회를 건설하려는 남미인들의 영원한 꿈을 추구한 지도자였다. 병마로 인해 그 이상은 미완성으로 끝이 났다. 시몬 볼리바르나 체 게바라가 꿈꾸었던 아름답고 조화로운 남미 사회 건설의 꿈은 차베스 이후에도 계속될 것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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