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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3.07 19:07 수정 : 2013.03.07 19:07

새내기 고교생이 개학 사흘 만에 목숨을 끊었다. 또 대구에서다. 아이가 남긴 메모에는 ‘이 나라의 입시제도가 싫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 중학 성적이 우수했다는 아이였다. 2011년 12월 그 참혹한 학교폭력 자살 사건 이후 대구에서만 14번째 희생자다. 불과 열흘 전엔 중학을 졸업한 아이와 고교를 중퇴한 아이가 동반자살했다. 대구 아이들의 비극은 언제나 끝날까.

2011년 12월 사건 이후 여론의 뭇매를 맞은 우동기 대구교육감은 행복하고 안전한 학교 만들기에 전념하겠다고 호언했다. 하지만 아파트 옥상에서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아이들을 막지도 못했고, 그 뒤로 길게 줄지어 선 아이들을 말리지도 못한다. 연초 대구지역 초등 1년부터 고교 3년까지 35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정서 및 행동발달특성 검사에서 7만여명(20.2%)이 교사와 학부모의 관심이 필요한 ‘관심군’이었고, 이 가운데 1만5832명은 우울·불안 증세와 자살충동이 마음속에 똬리를 튼 ‘주의군’이었다. 이렇게까지 아이들이 병들도록 어른들은 한 일이 없다.

우 교육감은 나름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각종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대개 학교폭력에 관한 것이었다. 예방교육을 하고, 불관용 원칙에 따라 가해 아이들을 처벌했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사이의 소통도 강화하고, 인성교육을 확충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명박 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8~10월 실시한 조사에서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이 4.73%에 그쳤다.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하지만 10월 한 여고생이, 그리고 올해 들어 세 명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결과적으로 남의 다리나 긁은 셈이었다.

아이들을 치명적으로 병들게 하는 건 학력 중심 입시제도였고, 그에 따른 성적 스트레스였다. 자살 학생 가운데 순전히 학교폭력에 기인한 경우는 20~30%이다. 가정 불화 등의 이유도 있지만, 대개는 성적 문제로 말미암은 스트레스·불안·절망이었다. 물론 대구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대구는 특별했다. 특히 우 교육감의 학력신장 정책과 경쟁 교육은, 아이들 표현대로 학교를 감옥처럼 만들었다. 창문도 마음대로 못 열게 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가족관계, 사제관계, 교우관계를 포기해야 했다.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도한 입시교육에서 아이들의 끼와 소질을 살리는 교육으로 바꾸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출산을 아무리 장려한들 커가는 아이들을 병들어 죽게 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서둘러 입시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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