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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3.07 19:08 수정 : 2013.03.07 19:08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엊그제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4대 중증질환 진료비 100% 보장’ 등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이 ‘선거 캠페인용 문구’였다고 털어놓았다. ‘모든 노인 기초연금 20만원 지급’ 공약에 대해서도 “선거운동 캠페인과 정책 사이에는 약간 차이가 난다. 실제 내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대선 때 새누리당 공약 총괄기구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진 후보자가 당시의 공약이 사실은 눈속임이었음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새누리당의 공약을 철석같이 믿었던 국민으로서는 허탈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제가 봐도 공약집을 보면 모든 어르신에게 20만원을 준다 하니 그럼 다 주는 거구나 생각할 수 있는 걸 인정한다”고 진 후보자 스스로 말했듯이, 국민은 새누리당의 복지 공약이 현실로 실현될 것으로 굳게 믿었다. 선거 기간 길거리 곳곳에는 ‘4대 중증질환 100% 보장’이라는 펼침막이 내걸렸고, 박근혜 후보가 대선 후보 텔레비전 토론회에 나와 직접 약속도 했다. 그런 공약이 마음에 들어서 박 후보에게 표를 준 유권자도 많았을 텐데 이제 와서 오리발을 내미니 순진하게 믿었던 국민만 닭 쫓던 개 신세가 되고 말았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승리한 요인 중에는 경제민주화와 복지 등 과거 진보진영의 전유물이었던 의제를 선점한 효과가 컸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는 국정 주요 과제에서 사실상 실종됐고, 핵심적인 복지 공약들도 공식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았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새누리당은 대선 기간 표를 얻기 위해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거짓·과대 공약을 시인하는 태도다. 국민에게 엎드려 사죄해도 시원치 않을 형편인데도 진 후보자는 미안하다는 표정조차 짓지 않았다. 오히려 “캠페인에 맞게 짤막하게 하다 보니 자세히 설명을 못 했다” “대선 기간에도 여러 번 보도자료를 내서 밝혔으나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고 강변했다. 마치 자신들은 잘못이 없으며 ‘오해한 국민이 잘못’이라는 투다. 박근혜 정부의 보건복지를 책임질 장관 후보자라면 공약 파기에 따른 보완대책 등을 소상히 밝히는 게 당연한데도 오히려 국민에게 잘못을 떠넘기니 기가 막힐 뿐이다.

신뢰와 약속 준수 등은 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으로 평가받아왔다. 그러나 그 믿음은 날이 갈수록 퇴색하고 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요즘 국민을 향해 연일 “믿어달라”는 말을 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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