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안보위기 핑계로 ‘부적격’ 국방장관 임명 안 된다 |
어제 실시된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지금까지 청렴하게 살아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모두 33개의 비위 의혹을 받고 있는 김 후보자에게 여야 의원들의 추궁이 쏟아지자 내놓은 답변이었다.
김 후보자의 해명은 듣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진짜 청렴하고 강직하게 군문의 길을 걸어온 대다수 직업군인들을 욕되게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는 2년간 외국 무기 중개상의 고문을 맡아 2억여원의 급여를 받으며 로비스트로 활약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합작회사 설립 업무만 자문했다”고 해명했지만, 국회에 제출한 계약서에는 ‘특별한 업무’가 언급돼 있어 의혹을 증폭시켰다. 군 최고 계급인 대장을 지낸 이가 외국 무기 중개업체에서 일하며 대가를 챙겨 놓고선 이제 와서 국방장관이 된다면 군의 명예와 사기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 후보자는 자신이 근무한 부대 인근 땅을 사서 불리는 등 부동산투기 의혹만 10개가 넘는다. 위장전입도 17건이나 된다. 천안함 사건 다음날엔 골프를 치고, 연평도 포격 사건 다음날에는 일본으로 온천관광을 가는 등 안보관에서도 투철함을 찾아보기 어렵다. 김 후보자는 이런 의혹들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하며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청렴하게 살아왔다고 강변하면서 무얼 사과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한마디로 군을 이끌 덕목과 자질이 부족한 것이다.
청와대 주변에선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태세란 말들이 나온다. 절차상으론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박 대통령은 김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여당 안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상당한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군의 사기는 물론 국정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북한의 잇단 강경책으로 안보 위기감이 높아지는 와중에 국방장관은 군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든든한 인물이어야 한다. 안보 위기를 핑계로 자격 미달 장관을 임명하는 것은 오히려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김 후보자 임명 강행은 군의 명예를 욕되게 하고 안보 태세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의 현명한 판단이 절실한 대목이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