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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퇴색해 가는 ‘후쿠시마의 교훈’ |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사고가 난 지 2년이 됐지만 원자로 1~3호기의 내부는 아직 정확한 상황 파악조차 안 된 상태라고 한다. 노출되면 즉사할 수 있는 치명적인 방사성물질이 계속 뿜어져 나와 사람이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자로 온도는 낮아졌지만 녹아내린 것으로 추정되는 핵연료봉을 원자로에서 꺼낸 뒤 격리시키는 일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현장 책임자 말로는 연료봉 제거작업은 2022년에나 가능하며 사고 원전을 폐기하기까지 최소 30~4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한다. 하루 수백t씩 불어나는 방사성물질 오염수도 임시로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한다.
원전 사고는 인간의 통제를 넘어서는 대재앙이다. 방사능 누출 대책은 전혀 없는 실정이며, 사고 수습 또한 전쟁터에 대나무 창을 들고 뛰어드는 격이라고 한다. 설사 원전을 폐기한다고 해도 체르노빌에서 보듯 일대는 영구히 죽음의 땅이 된다. 이렇게 지옥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는데도 후쿠시마의 교훈은 퇴색하고 있다.
한때 원전 제로를 선언했던 일본은 지난해 말 총선에서 자민당이 압승하면서 원전 재가동 쪽으로 돌아섰다. 일본 정부는 국민의 70%가 원전 재가동에 반대하는데도 최근 안전이 확인된 원전은 재가동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지난달 랴오닝성에 새로 지은 원전을 가동하기 시작했으며 후쿠시마 사고 이후 보류했던 원전 건설계획 재개를 승인했다. 한·중·일이 운영중인 원전이 세계의 20% 수준이지만 계획대로 지을 경우 세계 원전의 절반 가까이 밀집된다고 한다. 사고 당사자인 일본이나 원전에서 사고가 날 경우 우리에게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매우 우려스럽다. 원전 산업이 아시아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국제원자력기구의 전망을 묵시록적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수명 종료 원전의 재가동 여부에 대해 유럽연합 수준의 테스트를 거치겠다며 안전 우선주의에 입각한 원전 운영을 약속했다. 정부는 지난달 내놓은 2013~2027년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머지않아 수명이 다하는 원전을 계속 가동하는 것을 전제로 발전설비 용량을 산출한 바 있다. 노후 원전에 대한 수명연장 의도가 있다는 의구심을 주고 있는데, 후쿠시마 사고를 타산지석 삼아 노후 원전을 폐쇄하고 원전 의존도를 낮춰가야 한다.
후쿠시마 사고가 말해주듯 원전은 절대 안전하지 않은 에너지이며 미래세대에게 그 위험을 고스란히 남겨주게 된다. 천문학적인 원전 폐쇄 및 사고 처리 비용을 고려하면 결코 경제적이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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