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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대착오적 경범죄법 전면적으로 손볼 때 됐다 |
‘과다노출’에 범칙금을 물린다는 경범죄처벌법 시행령 개정안이 엊그제 국무회의를 통과한 뒤 논란이 뜨겁다. 가수 이효리씨와 개그우먼 곽현화씨 등 유명인들이 “난 어떡해”라며 트위터에 글을 올리는가 하면 누리꾼들은 미니스커트와 배꼽티도 못 입는 거냐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찰청이 보도자료에서 해명한 대로 과다노출 자체가 기존 법에 즉결심판 회부 대상이었다가 범칙금만으로 종결할 수 있게 되는 등 일부 내용이 완화된 것도 사실이다. 모두 27개 항목이 즉심 대상에서 범칙금 대상으로 바뀌었다는 게 경찰청의 설명이다.
그러나 처벌이 강화되거나 신설된 것도 적잖을 뿐 아니라, 시대착오적이라고 할 만한 내용도 여전히 많다. 지난해 3월 이 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과료 대상 범죄 41개와 20만원 이하 벌금 대상 4개, 범칙금 특례조항 등으로 세분화했다. 가려야 할 곳을 내놓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을 주는 ‘과다노출’뿐 아니라, 싫다고 하는데도 되풀이하여 단체가입을 강요하는 ‘단체가입 강요’나 근거 없이 용한 약방문인 것처럼 내세우는 ‘미신요법’ 등 과연 형사처벌 사안인가 싶은 ‘범죄’도 적지 않다.
특히 공공장소 등에서의 ‘음주소란’ 이외에 관공서에서의 음주소란을 별도 항목으로 만들어 6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과료에 처할 수 있도록 가중처벌 조항을 둔 것은 경찰 편의를 위한 꼼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50만원 이하 벌금형인 범죄의 경우 주거가 불분명하지 않으면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없으므로 이를 피하기 위해 만든 것이니 인권보다는 경찰권을 위한 조항인 셈이다.
경범죄처벌법은 일제시대 무단통치의 수족 노릇을 한 경찰범처벌규칙에 뿌리를 둔 것이다. 1912년 제정 당시 87개의 범죄를 처벌하도록 했다가 해방 뒤 1954년 경범죄처벌법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45개의 범죄를 추렸고, 이것이 큰 틀에서의 변화 없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1963년 ‘공공질서 유지’를 명분으로 ‘노상에서 나체가 된 자’ 등의 범죄를 추가하고, 1973년엔 퇴폐풍조 단속 명분으로 장발을 단속하는 등 일부 변화가 있었다. 민주화 이후 유언비어유포죄를 삭제하고 구류·과료 이외에 벌금형을 신설하기도 했으나 인권 차원에서의 근본적인 재검토는 없이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져왔다.
법조문을 읽어보면 어색한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이제는 시대변화에 맞게 법의 존치 여부와 전면 수정 필요성 등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할 때가 됐다.
‘과다노출 논란’과 유신의 그림자 [한겨레캐스트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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