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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나홀로 인사에 이어 ‘코드 인사’까지 할 텐가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일 열린 첫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에 대한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예고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각 부처 산하기관과 공공기관 인사가 많을 텐데,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이란 쉽게 말해 코드가 맞는 사람일 것이다.
공공기관 인사에 대해 일종의 지침을 제시한 것인데, 대통령이 직접 나서 ‘코드 인사’를 공언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공공기관 자리는 295곳, 590개에 육박한다.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 30곳,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준정부기관 87곳, 산업은행 등 기타 공공기관 178곳이 그 대상이다.
공공기관 코드 인사 방침은 박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준 ‘나홀로 인사’ ‘오불관언 인사’의 문제점을 고칠 생각이 별로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부터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이르기까지 청와대와 내각 인선은 문제투성이였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인사에는 양보가 없다’는 식의 강경 자세를 고수해왔다. 청와대 비서관은 물론 행정관 인사까지 ‘만기친람’ 식으로 두루 챙긴다는 박 대통령 스타일로 보면 공공기관 인사 역시 대통령이 직접 관장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코드 인사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당선자 시절인 지난해 12월25일엔 “공공기관에 전문성 없는 인사를 낙하산으로 보내는 것은 잘못”이라고 임기말 이명박 정부에 경고를 보냈다. 야당 시절인 2007년엔 “이념적으로 코드 인사를 하고 능력있는 인재를 소외시켰다”고 노무현 정부를 비판했다. 대통령이 되기 전과 후가 이렇게 달라져선 곤란하다. 코드 인사를 비판해놓고선 대통령이 된 뒤 언제 그랬느냐는 듯 이를 공언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공공기관 인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코드와 낙하산 인사로 홍역을 치러왔다. 이제 그 악순환을 끊을 때도 됐다.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우선이다. 업무 능력이나 청렴도에서 크게 문제가 되는 경우에는 엄정한 평가를 통해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원칙적으로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 인선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전문성도 적절히 고려해야 한다.
어느 정도 해답이 나와 있는데도 또다시 코드 인사로 돌아가면 안 된다. 박 대통령이 공직을 무슨 전리품처럼 간주하고 코드 인사를 밀어붙인다면 또다른 인사 참사와 후유증이 불을 보듯 뻔하다. ‘박근혜 인사’에 대한 국민의 싸늘한 시선을 박 대통령은 직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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