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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좌초 위기 용산개발, 주민 피해 최소화해야 |
단군 이래 최대라던 31조원 규모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52억원의 이자를 갚지 못해 좌초 위기에 빠졌다.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는 다음달 초까지 회생 가능성을 따져본 뒤 여의치 않으면 청산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한다. 다음달에 갚아야 할 이자만 500억원이 넘는데다 출자사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니 회생 가능성은 희박하다. 역사가 깊은 땅을 빌딩 숲으로 만들어 한몫 챙기겠다는 눈먼 과욕이 재앙으로 돌아온 것이다. 파장이 만만치 않은 만큼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고 원점에서 대책을 마련해 주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 탓도 있지만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는 정부와 코레일, 서울시가 장밋빛 수요예측을 토대로 부동산투기에 앞장선 데 원인이 있다. 용산 개발은 코레일이 소유했던 철도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일대에 111층 높이의 랜드마크 빌딩을 포함해 60여개의 업무·상업·주거시설을 짓는 복합개발사업이다. 용산 개발이 추진되기 시작한 건 2006년 총리실이 부동산 개발로 코레일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시하면서다. 여기에 서울시가 당시 오세훈 시장이 추진해온 한강르네상스 사업 연장선에서 서부이촌동을 개발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함에 따라 규모가 확대됐고 보상 문제 등으로 일이 복잡해졌다.
용산 개발은 출발부터 위험을 안고 있었다. 전체 사업비 규모가 31조원인데 초기 자본금은 1조원에 불과했다. 착공할 때까지 금융권에서 자금을 빌리고 착공과 동시에 분양에 나서 다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프로젝트파이낸싱 방식을 밀어붙인 것이다. 그 밑바탕엔 부동산 시장이 계속 활황세를 보일 것이란 믿음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악화하자 몇 년째 파산 위기의 살얼음판에 놓인 것이다.
코레일을 비롯한 31개 출자사가 거액의 투자금을 날리게 됐지만 최대의 피해자는 2200여가구 서부이촌동 주민들이다.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개발지구에 묶여 6년째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은 만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코레일이 추가 출자해 드림허브 지분을 30% 이상으로 늘리는 방식의 공영개발은 명분이 없다. 공기업이 참여하고 있지만 수익 논리에 입각한 민간사업이므로 여기에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선례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근본 원인인 사업성 위험을 해결한 것이 아니어서 자칫 코레일의 부실만 더 커질 수 있다. 무분별한 부동산 투자 실패를 정부가 구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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