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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3.13 19:15 수정 : 2013.03.13 22:43

새 학기가 시작하자마자 학교폭력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정부는 오늘 관련 차관 회의를 한다. 박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학교폭력을 성폭력·가정파괴·불량식품 등과 함께 ‘4대 악’으로 설정하고 척결하겠다고 해온 터여서, 이 사안은 ‘안전한 사회’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역량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됐다.

엊그제 경북 경산에서 한 고교 신입생이 자살한 사건은,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학교폭력 대책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이 학생은 2년 동안 여러 명으로부터 폭행·갈취 등 괴롭힘을 당했는데도 학교 쪽은 전혀 알지 못했다. 숨진 학생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것은,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고려하더라도, 학교라는 제도를 전혀 신뢰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정부가 지난해 늘려 설치한 폐회로텔레비전(시시티브이)과 ‘스쿨폴리스’도 폭력을 막아주지 못했다. 지난해 2월 이주호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고 여러 학교를 찾아 ‘소통’을 했는데, 숨진 학생은 바로 그가 찾은 첫 학교에서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니 씁쓸하다.

기존의 대책은 가해자 처벌과 적발·신고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입시 자료인 학생부에 가해 사실을 기록하도록 한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런 단기적인 성격의 사후대책은 교육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핵심적인 구실을 해야 할 교사들을 오히려 소외시킨다. 정부는 많은 교사들이 왜 학교폭력 문제에서 사실상 방관적인 태도를 취하는지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은 초기에 파악할 수 있으면 해결하기도 쉽다. 따라서 피해 학생이 마음 놓고 학교 쪽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해야 하고, 그러려면 평소 학교폭력 문제에 우선순위를 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학생들이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 등 여러 처지에서 학교폭력 문제를 바라볼 수 있으면 실제 상황에서 자율적인 조정 능력이 생기게 된다. 전문적인 상담교사도 늘려야 한다. 더 중요한 사람은 담임교사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담임교사의 책임감과 역량을 높여야 학교폭력 문제가 풀린다. 수업 시수 등 부담을 줄이고 아이들과의 접촉을 늘리도록 해야 한다.

북유럽 등 학교폭력 문제에서 효과를 거둔 나라를 보면 대부분 초등학교에서부터 관련 교육을 한다. 아울러 학교와 가정 사이의 소통이 원활하다. 시간이 좀 걸리고 돈이 더 들더라도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적 대응력과 내성을 갖춘 체제를 만드는 쪽으로 가야 한다. 사회 전체가 함께 협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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