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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 계파정치 악순환 끊어야 |
민주통합당 초선 의원 33명이 엊그제 계파정치 청산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들은 “배타적인 의사결정, 불공정한 나눠먹기식 인사 등의 폐해를 낳는 당내 계파정치는 이제 청산돼야 한다”며 “우리는 당내의 어떤 계파에도 속하지 않겠다. 당내 유력인사들도 우리를 더 이상 계파로 묶거나 줄 세우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5월4일 전당대회에서 당을 혁신할 후보를 공동으로 지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계파정치 청산은 민주당의 해묵은, 그리고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어려운 숙제다. 지금의 민주당 모습을 보면 계파정치 청산은 현실적으로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불가능한 꿈일지도 모른다. 당장 초선 의원들의 ‘계파정치 청산’ 선언 자체를 ‘계파적 활동’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이 지금의 민주당이다. 5·4 전당대회를 앞두고 범비주류 쪽이 ‘김한길 대세론’에 맞서 연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그만큼 민주당의 계파 문제는 뿌리가 깊고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만큼 깊은 중병이다.
그럼에도 계파정치의 청산은 민주당이 살아남으려면 기필코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 첫걸음은 역설적으로 계파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현실 정치에서 계파의 존재는 불가피하다. 이념과 노선, 정체성의 차이에 따른 당내 스펙트럼의 분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계파 그 자체가 아니라 당의 이익보다 계파의 이익을 앞세우는 패권주의적 행태다.
계파정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경쟁하는 동반자’ 의식이다. 최근 민주당 대선평가위원회와 한국선거학회 공동토론회에서 지적됐듯이 지금 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것은 공동체 의식에 기초한 경쟁하는 동반자 의식의 확립, 인간적 친소관계를 넘어선 가치지향적 차별화 노력이다. 당의 진로와 정책, 대안과 비전을 놓고는 치열하게 경쟁하되 일단 당론이 결정되면 일사불란하게 힘을 합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분파의 다양한 의견들을 생산적인 논의로 승화시키는 제도 개혁도 필요하지만 이런 마음가짐이 갖춰지지 않는 한 어떤 제도도 계파정치의 폐해를 해결하지 못한다.
강력하고 민주적인 리더십의 확립, 패권지향적 계파정치의 청산, 낡은 정당구조의 혁파 등 민주당 앞에 놓인 과제는 별개가 아니라 서로 긴밀히 맞물려 있다. 계파정치가 리더십의 부재를 낳고, 리더십의 부재가 다시 계파정치를 강화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고는 민주당에 앞날은 없다. 그냥 침몰하는 난파선이 될지, 새롭게 배를 정비해 정권교체를 향한 항해를 계속할지, 선택은 민주당 사람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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