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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채동욱 후보, ‘정치검찰’과 결별할 준비 돼 있나 |
채동욱 서울고검장이 어제 새 검찰총장 후보로 내정됐다. 지난해 11월 한상대 총장 사퇴 이후 3개월 만이다. 인사청문회를 남겨두고 있으나 일단 그에 대한 검찰 안팎의 평가는 긍정적인 모양이다. 정통 수사검사 출신으로 소신형이란 평을 받고 있다니 그에게 검찰개혁에 대한 기대가 쏠리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채 후보자를 둘러싼 여건은 그리 녹록지 않다. 특히 대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 활동과 법무부 장관 인선 과정 등을 통해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박근혜식 검찰개혁의 방향을 지켜보면 우려스런 대목이 적잖다.
우선 정치검찰 논란을 불러온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면서 대안으로 제시해온 특별감찰관과 상설특검제마저 반쪽짜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후보 시절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을 통해 대통령 친인척과 고위공직자 비리 근절을 위해 독립적인 특별감찰관과 상설특검을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소권이 없는 특별감찰관의 기능 보완을 위해선 상설특검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인수위 단계에서 상설특검 설치는 장기 검토과제로 넘기는 식으로 쏙 빼버렸다. 황교안 신임 법무부 장관 역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법적 안정성 침해 소지’ 운운하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더구나 고검에 한시적으로 티에프를 두어 특수수사를 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대선 공약에 들어 있다. 결국 대검 중수부란 조직만 없앴을 뿐 과거 중수부 기능은 그대로 살아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제도를 통해 ‘정치검찰’을 원천봉쇄하기는 어려워진 셈이다.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하겠다는 공약과 달리, 현직 검사들을 5명씩이나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으로 기용하기로 한 것도 정치 중립 약속을 거스르는 일이다. 과거 경험에 비춰 볼 때, 아무리 사표를 냈더라도 이들이 검찰 통제의 통로 구실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한때 총장 후보 추천을 다시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에 이어 ‘제3의 대안’설이 나돌던 김학의 대전고검장을 법무차관에 기용한 것도 수상쩍다. 장차관 모두 공안통이란 논란까지 무릅쓰며 그를 중용한 게 총장 견제 포석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채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부터, 조직 내에서 정치검찰의 구태를 씻어내고 인적 청산을 관철하겠다는 분명한 의지와 소신을 보여줘야 한다. 검찰이 이번에도 ‘정치검찰’ 딱지를 떼지 못하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되찾는 일은 영영 불가능해질 수 있다.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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