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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난치성 질환자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
지난달 6일 <한겨레>에는 ‘희귀병 두 아들 손발이 돼 20년, 엄마는 버티다 못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뮤코다당증이란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두 아들을 남겨둔 채 어머니(49)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형제는 각각 두 살 무렵부터 이 병을 앓기 시작했는데, 말을 하지도 듣지도 못하고 그저 기저귀를 차고 누운 채 20년을 버텨왔다고 한다. 어머니가 떠난 지 한달 보름 만인 어제, 이번에는 둘째 아들(19)이 폐렴으로 숨졌다. 어머니의 따스한 보살핌이 끊기자 얼음장 같은 병마가 덮친 것이다.
뮤코다당증 같은 희귀난치성 질환은 흔히 발병하지도 않고 완치법이 제대로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2001년 고셰병 등 4개 질환을 희귀질환 지원 대상으로 지정한 뒤, 지난해 134종까지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숫자상으로만 보면 10여년간 지원 대상이 급속도로 늘어났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딴판이다. 12년간 예산이 들쭉날쭉하더니, 2009년 이후부터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희귀병 환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병원 치료비 지원이다. 희귀난치병 질환자로 등록되면 외형상으로는 진료비 전액을 건강보험에서 지원받는다. 하지만 건강보험 지원에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항목은 제외된다. 홍혜숙 뮤코다당증환우회 회장은 “우리 집의 경우 최근 병원비가 2000만원도 넘게 나왔다”고 말했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4대 중증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한 보장률을 100%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이들 환자에게는 서광이 비치는 듯했다. 하지만 대선 이후 새누리당의 공약 파기로 이는 곧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희귀병 환자들에 대한 보장률을 높이기 위한 장기적인 재정 계획을 짜야 할 것이다. 지원 대상인 희귀병 환자들이 비록 극소수라 하더라도 엄연히 소중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는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이들을 위한 요양시설 확충도 시급하다. 이번에 둘째 아들을 잃은 아버지(51)는 3개월만이라도 맡길 요양시설을 찾았지만 집 가까운 곳은 아예 없고, 있더라도 꽉 차서 대기자가 많고, 아예 중증장애인들을 안 받는 요양소도 많아 포기했다고 한다. 아울러 희귀질환은 대다수 유전질환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에 무엇보다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조기진단과 동시에 유전상담을 통해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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